중식 주방은 칼판·불판·면판이라는 세 ‘판(板·파트)’으로 구성된다. 칼판은 재료 손질, 불판은 요리 마무리, 면판은 면·딤섬·만두를 담당한다. 옛날에는 칼판 출신이 주방을 장악했다. 최근에는 불판 출신 주방장이 대세다.

칼판은 무겁고 네모진 중식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 핵심이다. 원래 칼판 출신인 여경래 셰프는 “칼 기술이 100가지는 넘는다”고 했다.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는 등 주방 ‘살림’을 총괄했기 때문에 칼판의 힘이 셌다. 재료를 큰 덩어리로 써는 ‘콰이(塊)’, 종잇장처럼 얇게 써는 ‘피엔(片)’,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채 써는 ‘쓰(絲)’, 정육면체를 여러 개 붙인 모양으로 자르는 ‘루이다오(如意刀)’, 말발굽 소리를 내며 재료를 다지는 ‘마티다오(馬蹄刀)’ 등이 대표적 칼 기술이다.

불판은 중식 프라이팬인 웍으로 조리고 튀기고 찌는 모든 조리를 담당한다. 요리의 최종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다. 빠르게 센 불에 볶아야 수분이 빠지지 않고 맛과 향이 살아난다. 서울 서교동 중식당 ‘진진’ 왕육성 셰프는 “불판은 타이밍, 리듬, 감각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기름에 튀기기(炸), 물을 넣고 끓이기(湯), 낮은 온도의 기름에서 데치기(滑油), 센 불에서 순간적으로 볶아내기(爆) 등이 대표적 조리법이다.

면판은 밀가루로 만드는 모든 음식을 책임진다. 짜장면과 짬뽕에 들어가는 국수와 만두, 딤섬, 꽃빵이 면판에서 탄생한다. 과거 면판의 대표 기술은 수타면. 요즘은 대부분 중식당이 기계면을 사용하고, 코스 요리가 중심이 되면서 면 요리나 딤섬 없이 끝나는 식사가 많아졌다. 면판이 과거보다 힘이 약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