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Cocktail)의 영문명 첫 글자를 K로 바꿔야 할지 모른다. 요즘 전 세계 애주가들이 주목하는 대표 국가, 바로 한국이다.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바’ 행사에서도 K팝과 K컬처, K드라마를 넘은 K칵테일을 이끄는 한국 바텐더들이 주목받았다. 서울 청담동의 바 ‘제스트’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사회자는 정확한 발음과 음정으로 ‘대~한 민국! 짝짝짝짝짝!’을 외치며 제스트의 2위를 축하했다.
‘바 참(Bar Cham)’이 6위, ‘앨리스(Alice)’가 13위, ‘르챔버(Le Chamber)’가 50위에 올라 한국 칵테일바 문화의 위상을 증명했고, ‘파인앤코(Pine&Co·52위)’, ‘소코(Soko·54위)’, ‘공간(Gonggan·63위)’, ‘찰스H(Charles H·96위)’도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 칵테일을 맛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지난달 14일 마카오 갤럭시 래플스 호텔에 한국의 바 참, 앨리스 청담, 르챔버, 파인앤코 바텐더들이 게스트 바텐딩(유명 바텐더가 자신의 업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창작 칵테일을 선보이는 것) 행사를 위해 모였다. 일찍부터 찾아가 자리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쉼 없이 칵테일 셰이커를 흔드는 바텐더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전부 다 주세요!”
석촌호수에서 본 듯한 노란 오리가 앉아있는 칵테일이 가장 먼저 나왔다. 앨리스의 ‘꽉꽉’이라는 칵테일이었다. 박용우 바텐더는 “오리의 기름을 버번 위스키와 섞어 얼린 뒤 기름은 걷어내고 오리의 풍미만 남긴 술에 발사믹 식초와 탄산수, 흑맥주 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오리 기름이라는 다소 두려운 재료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막상 마셔보니 발랄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앨리스는 전년보다 33계단이나 오른 13위를 기록하며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순위 상승을 보여준 바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서 딸기 우유 색깔의 술에 칵테일 프루츠와 체리를 얹은 술이 놓였다. 파인앤코가 선보인 이 칵테일의 이름은 ‘화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명 이유를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옆자리 외국인들이 “아름답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계란 노른자 가루를 묻힌 베이컨이 올라간 비앤비(B&B)라는 칵테일을 마주하자마자 “안주와 술이 함께 나온 상황에선 뭘 먼저 먹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들었다. 르 챔버의 이재진 바텐더가 “밤에 일하기 때문에 매일 늦게 일어나는 바텐더가 아침 식사를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적인 감각을 담아 바텐더(Bartender)의 아침 식사(Breakfast)라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버터와 빵의 고소함을 담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노란 계란 프라이 얹은 모양새의 베이컨을 살짝 깨물어 먹었다. 단짠(달콤함+짠맛)의 알코올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로 유명한 바 참은 술 한잔에 제주도라는 섬 전체를 담아냈다. 맨해튼 칵테일에 들어가는 베르무트를 제주 감귤 와인으로 대체하고, 제주 화산 우롱차를 섞어 ‘우롱탄’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은 것이다.
술잔을 모두 비워내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손님들로 바 안의 인구 밀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비행기 타지 않아도 이 칵테일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이날 밤 K칵테일은 외국인 손님들에게 기꺼이 양보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