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버타운 일기’는 처음에는 전혀 다른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 80대 이상 노인들은 숨 가쁘게 격변해 온 우리나라 80년 역사를 몸소 땀으로 이루어 낸 주역들이며 산증인입니다. 그런데 세월과 함께 왕성한 현실에서 밀려나 그림자 같은 존재로 부유하고 있어요. 작금의 역동적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관심 밖의 잉여 세대가 돼버린 그들은 묻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너희가 대한민국을 아느냐?”고.
언제부터인가 사회 정의의 가늠자가 돼 있는 ‘국민의 눈높이’ 또한 그 질문을 패싱하고서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회자된 나의 순수한 발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나의 실버타운 일기’가 된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습니다. 누구지? 하필이면 최고령자들의 삶과 생각을? 가명으로 익명을 고집한 것은 나 개인의 신분을 감추거나 주변 노인들의 삶의 현장을 몰카로 지켜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익명의 일기는 체면과 위선이 필요 없는 민낯의 자기 고백입니다. 내가 누구건, 일기 속의 그가 누구라도 익명의 세계에서는 ‘그건 바로 나’인 것입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나 홀로 삶’ ‘데이트 체험’ ‘결혼 지옥’ 등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시청률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 반면에 익명의 횡설수설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진심의 비무장지대. 대화가 고픈 사람들끼리 나누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노인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과 노인 사이의 피로감을 다소나마 덜어갈 수 있으면 하는 것. 노인은 지적하고 훈계하는 피곤한 어르신이 아니며,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 등을 익명의 진심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제 나는 ‘나의 실버타운 일기’를 멈출 생각입니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