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실로 꼽히는 ‘사유의 방’은 2021년 11월 개관한 이래 현재 누적 관람객 수가 230만명을 넘었다. 주목을 많이 받는 만큼 전시품 관리, 민원 대응 등 고민하고 신경 쓸 일이 많아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사유의 방이 아니라 ‘고뇌의 방’이라고 얘기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유의 방에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관람객을 볼 때면 박물관 일원으로 뿌듯하고 흐뭇하다.
사유의 방의 주인공은 두 국보 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이라는 명칭은 20세기 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불상의 독특한 자세를 묘사한다. ‘반가’는 한쪽 다리를 내리고 다른 쪽 다리를 올린 자세다. ‘사유’는 생각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머리를 약간 숙이고 한쪽 손을 올려 뺨이나 턱을 받치고 있는 자세로 표현된다. 이러한 모습의 불상은 인도 문화권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동아시아 6~7세기에 독립 예배상으로 크게 유행했다. 두 반가사유상은 청동으로 주조하고 그 위에 금을 입힌 예로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조형적으로도 탁월하다. 등신대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로, 옛 지정 번호로 78호로 불리는 상은 높이가 81.5㎝, 83호로 불리는 상은 높이가 90.8㎝다. 제작 시기는 78호가 6세기 후반, 83호가 7세기 전반이다.
78호는 복장과 장신구가 화려하며 신체·옷자락은 평면적으로 처리한 부분이 많다. 83호는 복장과 장신구가 간결하고 신체·옷자락·의자 등이 실감 나게 표현돼 있다. 이러한 외형의 차이가 단순한 시기적 차이 때문인지, 동일한 형식의 변주인지, 아니면 표현하고자 한 대상의 차이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78호 반가사유상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슬픈 얼굴인가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지 않고, 미소 짓고 있는가 하면 준엄한 기운이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 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미묘한 표정의 78호와 비교하면 83호는 한층 또렷한 미소를 짓고 있다. 요새 유행하는 MBTI로 하면 83호는 외향이고, 78호는 내향이랄까. 또 78호는 세속의 무게를 느끼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라면, 83호는 삶의 진리를 좀 더 분명히 알게 된 모습 같다.
이들 반가사유상을 대략 6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미니어처도 인기가 많아 현재까지 4만여 점이 판매됐다. 판매량은 83호가 78호보다 많아 그 비율이 8대2 정도다. 83호만 봐도 좋지만, 78호와 함께 볼 때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위해 사유의 방을 방문해보시길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