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의 시간을 오롯이 관통하며 자리를 지켜오다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건물들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제물포역·신포역과 가까운 인천 개항장 거리 초입의 ‘인천아트플랫폼’은 일본 3대 해운 회사 ‘구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건물과 1930~1940년대에 지은 건물을 새로 단장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 전시장·공연장·인천생활문화센터·창작스튜디오 등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요기조기 음악회’ ‘인천 개항장 야행’ 등 개항장의 주요 행사 및 공연 개최 장소로도 유명하다. 30일엔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시민 대상 열린 음악회인 ‘요기조기 음악회’ 가을 공연에 앞서 특별 행사인 ‘2025 요기조기 데이’를 진행한다. 포크 듀오, 록 밴드 등 공연 팀이 나서 대중가요·밴드·국악·클래식·아카펠라 등 여러 장르 음악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1946년부터 2004년까지 연초 제조창이었던 청주 연초 제조창은 문화의 향기를 퍼뜨리는 ‘문화 제조창’으로 탈바꿈해 전국구 명소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미술 축제’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청주 공예 비엔날레’ 개최지로 더욱 알려진 곳. 오는 9월 4일부터 11월 2일까지 다시 청주 공예 비엔날레의 주무대로 ‘등판’한다. 본전시에서는 16국 작가 140명의 작품 300여 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밀랍 조각가 모나 오렌의 ‘연잎 시리즈’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기다린다.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장인 60일간 열린다는 ‘역대 최상급 공예 비엔날레’를 놓칠 수는 없겠다.

충남 서천의 판교 시간마을(현암마을)도 판교 시간마을 기획 전시 및 공모 선정 작가전인 ‘유토피아적 플랫폼의 경계’(~2026년 2월 28일)를 열며 ‘예술 옷’을 입었다. 9월 14일까지는 1기 전시로 등록문화유산인 근대 극장 ‘판교극장’을 비롯해 근현대 흔적을 간직한 ‘장미사진관’ ‘오방앗간’ ‘촌닭집’ 등을 노동식, 쑨 지 등 작가 5명이 작품 전시장으로 꾸몄다. 시대극 세트장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조용한 마을을 탐험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전역 가까이에 있는 대전 ‘헤레디움’도 가볼 만하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 지점’에서 굵직한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현재는 전시 교체 중이며 31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프랑스 현대미술가 로랑 그라소 개인전을 연다.

한때 제국을 꿈꾸던 이들이 전국 곳곳 남긴 흔적에 젊은 작가들이 예술 꽃을 피우는 지금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8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