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문신으로 가득했던 배우 나나는 몸에서 거미줄 등을 쳐내고 예전 상태를 되찾았다. /인스타그램

신사임당 ‘초충도(草蟲圖)’마냥 온몸에 동물 농장을 꾸렸던 아이돌 출신 배우 나나(34)는 2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꽃·뱀·나비·거미·거미줄…. “심적으로 힘들던 시절 나만의 감정 표현이었다”며 “‘되게 무식한 방법으로 이겨냈네’ 할 수 있지만 그게 유일한 해소 방법이었다”는 고백. 그러던 어느 날 율곡 이이를 타이르듯 엄마가 말했다. “네 깨끗한 몸을 다시 보고 싶어.”

가수 현아(32)도 1년째 문신을 지우고 있다. “전신에 타투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며 “4번 정도 치료하고 너무 아파서 잠시 쉬고 있다”고 했다. 레터링과 그림으로 빼곡한 몸통의 앞뒤 좌우, 팔과 다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뇌쇄적이고 화끈한 ‘센 언니’ 콘셉트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도 모친의 권유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한 번만 깨끗한 몸으로 지내보는 게 어떻겠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으니까.”

보이그룹 원타임 출신 성우 송백경이 팔뚝 문신 제거 시술 직후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젊음과 패션의 상징 타투, 이제 ‘제거 인증’이 새 유행이 돼가고 있다. 대중적 파급력이 높은 배우·가수·개그맨·유튜버 등 유명인들이 선도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가족’. 작년부터 가슴·어깨에 걸친 ‘야쿠자 문신’을 지우기 시작한 유명 보디빌더 김강민(34)은 그 과정을 유튜브에 남기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수 원타임 출신 성우 송백경(46)은 최근 붕대에 감긴 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내 몸에 남은 마지막 연예인 병 흔적인 타투를 드디어 처음 지웠다”고 했다. “깡패 같아 멋있어 보여요”라고 말하는 두 아들 때문이었다.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불량함’과 연결되는 사회적 시선. 한국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틱톡만 봐도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문신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는 영상(‘tattoo regret’)이 한가득. 이미 지난해 USA투데이는 “‘문신 유감’은 대부분의 세대를 덮쳤으며 다음 희생자는 Z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문신한 것을 후회하는 이유로는 무늬·디자인에 대한 변심뿐 아니라,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겪는 ‘내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관한 느낌’이 많이 꼽혔다. “인플루언서들의 고백을 통해 사람들이 신체 변화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

문신 가리개용 화장품. 수영장·헬스장 등에 ‘노타투 존’이 늘면서 사용자도 증가세다. /네이버스토어

미국 문신 제거 업체 리무버리(Removery)는 북미·호주의 타투 제거 시술 경험자 20만명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취업·혼인 등 신상 변동이 가장 활발한 30대(38%), 20대(29%)가 수요를 주도했고, 제거한 문신 대부분(46%)은 팔뚝·얼굴·목처럼 눈에 잘 띄는 부위였다. “문신 제거는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 리무버리 측에 따르면 “결혼을 앞둔 Z세대 예비 신부의 문신 제거 요청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선입견에 따른 반감, 마이너스 요소를 없애려는 것이다.

화장으로 문신을 감쪽같이 덮어주는 웨딩 전문 커버숍도 속속 생겨난다. 새기는 건 쉬워도 지우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 국내 업체 메이크업랜상 관계자는 “문신 제거 시술을 받는 중에 다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흰 드레스에 문신이 도드라져 보이는 걸 피하기 위해 특수 분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딩 제철인 5·9·10월에 신청이 몰린다고 한다.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