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면서 재테크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에는 주로 부동산에 의지하던 노인들에게 노후 생활 수단으로 부동산은 오히려 족쇄가 된다는 겁니다. 되도록 빨리 가용 자산으로 옮기라고 조언합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요.

내 옆방의 노인은 50년 넘게 살아온 집이 재개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쫓겨왔다고 했습니다. 자녀들이 집을 처분하면서 그중 한몫을 떼어 부모를 낯선 양로원으로 보냈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위로합니다. 그나마 집이 있었으니 이곳에 맡겨진 거라고.

일러스트=유현호

노인은 막무가내로 옛날 집에 집착했습니다. 비만 오면 사라진 집 구석구석을 설명하며 하수도, 싱크대, 스테인리스 국 냄비를 떠올리고, 동네 미장원과 시장 상인들 곁으로 가고 싶어 했어요. 그에게 집은 건물이 아닌 인생 자체였으며 그의 인생을 평생 지켜준 우주였거든요. 하지만 재개발이 안 되었더라면? 혹은 일찌감치 집을 팔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그가 그 돈을 지금까지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젊고 유능한 사람들도 보장할 수 없는 게 재테크인 것을, 그나마 집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노후 생활을 감당할 수 있게 된 거라고 주위 모든 사람이 말합니다. 그건 사실인 것 같아요.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한 노인이 쓴 “집만 있으면 살 수 있다”라는 수기를 아주 오래전에 읽은 일이 있습니다. 도쿄 외곽에 평생을 살아온 낡은 집 한 채가 있어서, 그는 근처의 주민 센터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문화 강좌에 매일 출석하며 일본 역사 강의를 듣고 오는 길에 점심으로 우동 한 그릇 사 먹을 수 있다는 수기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지금 똑똑한 우리의 청년들도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며,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가장 안전한 길은 역시 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