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신체 운동은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국민체조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목 운동을 할 때 두 손을 X자로 가슴에 얹고 천천히 목을 좌우로 움직이는데 그때 지도 강사가 큰 소리로 “오늘도 행복하게!”를 외치면서 노인들에게 복창하라고 합니다.
느닷없는 “오늘도 행복하게!”에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행복? 그것도 소리 높여 외쳐대는 행복? 행복은 내가 오랜 세월 마음속으로 묻고 생각하고 고민하던 내밀한 화두였습니다. 행복의 철학적 의미를 성찰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살기가 많이 힘들다고 느낀 때였을 거예요. 그 시기에 나는 수시로 “나는 행복한가?”를 묻고 또 물으면서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헤매었는데, 그 내밀한 숙제는 또 언제인가 슬며시 사라져버린 겁니다. 삶이 더 버거워지면서 행복 같은 고민은 그 무게에 짓눌려 질식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내 삶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목 운동의 구령으로 튀어나온 행복! 행복을 무슨 ‘충성’ ‘파이팅’ 같은 구령으로 외쳐대다니, 나는 충격을 넘어 강한 거부감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나의 내밀한 비밀 상자를 털린 듯한 불쾌감이랄까.
그런데 목 운동을 거듭하면서 나의 복잡한 행복 콤플렉스가 슬며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습관이 나의 생각을 무디게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느닷없는 구령에 놀라 나의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보니, 그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지금 내가 외쳐대는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의 실체는 바로 지금 내 눈앞에 튀어 오른 집단 구령, 이 단순 명료한 행복의 실체가 판도라 상자 밖으로 나와 목 운동을 할 때마다 눈앞의 마스코트처럼 대롱대롱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택시 기사의 눈앞에 매달린 ‘오늘도 무사히’ 마스코트처럼, ‘오늘도 행복하게’.
하지만 강사의 선창에 따른 복창이 내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