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만난 어느 철학자가 “이 세상이 누군가의 꿈이거나 소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하굣길에 친구와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이 세상이 우리가 보는 장면 말고는 동작 안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후 이현세의 만화 ‘아마게돈’, 영화 ‘트루먼 쇼’ ‘매트릭스’ ‘토탈 리콜’ ‘인셉션’ 같은 작품을 보면서 비슷한 상상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퇴근길에 소설 속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는 설정을 담은 웹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큰 인기를 끌고 최근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다. 이 세계가 누군가의 꿈, 소설, 게임 속일지 모른다는 상상은 항상 즐겁다. 메타버스, VR·AR 기술 발전과 빠르게 성장하는 AI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내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그 세상을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진은 북한산 성곽길에서 만난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