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슈나크의 산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슈나크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온다면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단지 슬픔만 보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아이 울음소리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작은 한국의 현실.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경제적 불안과 주거 문제, 높은 교육비, 육아 부담…. 결국 아이 낳기를 미룹니다. 최근 들어 출산율이 조금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4월 합계 출산율은 0.79명. 인구 절벽 위기에서 탈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초등학생은 2023년 260만명에서 지난해 250만명으로 1년 새 10만명 줄었습니다. 저출산 국가 한국에서 작아지는 아이들 울음소리는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미래의 경고음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은 저출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 얘기입니다. 한국은 최악의 저출산 국가이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외 입양을 간 아이는 1만6051명으로 전 세계에서 일곱째로 많았습니다. 우리보다 해외 입양을 더 보낸 나라는 중국·러시아·에티오피아·과테말라·콜롬비아·우크라이나뿐이라고 합니다.
해외 입양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체성 혼란이라고 하죠. 이번 주 ‘아무튼, 주말’ 커버스토리 주인공인 네덜란드 유명 방송인 미샤 블록은 두 살 때 입양됐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딜 가든 ‘출신’을 밝혀야 했다. 매번 가장 아픈 상처를 반복해서 드러내야 했다”고 했습니다. 원해서 입양된 것도 아닌데 아픔을 짊어져야 했던 거죠.
저출산과 해외 입양. 이 두 가지는 별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조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얼굴 아닐까요.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도, 태어난 아이를 모두 책임지는 것은 아닌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요.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부터 2주간 휴간하고 8월 9일 자로 돌아오겠습니다. 더위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