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어려서부터 해온 가장 쉬운 게임 ‘가위바위보’. 그 단순한 게임을 거꾸로 해본 일이 있을까요? 가령 가위와 바위 중에 이기는 쪽은 바위가 아니라 가위라고 규칙을 바꾼다면? 그것도 누군가가 손동작 없이 구령을 하면 머릿속으로 떠올려 1초 사이에 바로 대답해야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 속에 가위바위보의 규칙이 단단히 입력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도 강사는 설명합니다. 그럴듯한 얘기예요.

생각해 보니 우리에겐 어려서부터 익혀온 질서의 규칙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질서는 ‘앞으로!’ ‘위로!’ 그것이 안전하고 성공에 이르는 정도라고, 우리는 그 정도에만 매진해 왔으니 이 낯선 놀이에 화들짝 놀라 모두가 당황하고 헤매는 거였어요. 굳이 ‘뒤로’ ‘거꾸로’는 시도해 본 일이 없지 않았겠어요?

게임 고안자는 집중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신선한 해방감을 받았습니다. ‘주먹!’ ‘보자기!’ ‘가위!’ 지도 강사의 구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에 보이지 않는 손동작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1초 안에 거꾸로(일반적인 가위바위보라면 지는 동작) 답을 소리쳐야 하는 이 놀이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답과 오답이 뒤섞입니다. 여기저기에서 ‘가위!’ ‘주먹!’ ‘보!’가 튀어나오며 웃음과 환성이 터져 나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외침 소리. 질서의 교란에 모두 열광하며 허둥대는데, 마치 무성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찰리 채플린이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평소에 가라앉아 있던 노인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빠져드는 이 집단의 일탈! 게임이 끝났을 때는 모두가 웃음으로 헤어집니다. 일탈의 해방감은 바로 이런 것. 어쭙잖게 의도됐던 나의 일탈 의지가 순간 무색해졌습니다. 하여튼 ‘거꾸로 게임’ 브라보!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