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당에 들어섰을 때 선뜻 아무 데나 앉기가 어려웠습니다. 긴장도 되고 좀 어색했거든요. 식당에서는 한 테이블에 서너 명 또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2인용 식탁에 혼자 있는 노인 앞으로 다가가 인사하고 맞은편 의자에 앉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늘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조금씩 궁금해졌습니다. 우울증? 대인 기피증? 혹은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중?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혼자 식사하던 노인 한 사람과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는 눈길 한번 보내지 않던 그가 웃으면서 내게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는 겁니다. 자기는 귀가 잘 안 들려 식당에 가면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거예요.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니 대화가 안 될 테고 말을 안 하면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아예 사람들과 눈도 안 마주친다고. 혼자 밥을 먹는 다른 사람들도 그래서 그럴 거라고.
“보청기는요?”
“집에서 밥 먹을 때까지 보청기를 끼지는 않아요. 보청기는 불편해서 외출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껴요. 지금은 볼 일이 있어서 끼고 나온 거고요.”
“아, 그랬군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잘 들리지 않으니 미리 상대방을 차단하고, 그렇게 말할 상대 없이 혼자 밥 먹는 시간은 얼마나 지루했을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혼밥’ ‘혼술’이 일상이 돼 있습니다. 유행처럼 번져 있습니다. 간단한 편의점 안주에 소주 한 병 놓고도 혼자서 먹는 젊은이들 식탁은 그들만의 해방 구역이 되는 모양입니다. 고독한 식사로 낭만을 느낀다고도 하죠.
하지만 노인이 혼자 앉는 식탁은 멋진 해방구도, 고독한 미식가의 밥상도 아닌, 외로움의 식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