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한 끼를 위해 이토록 고생해본 적이 있을까. 뭄바이에서 인도 북부 찬디가르까지 비행기로 2시간, 공항에서 다시 2시간 30분간 목이 부러질 듯 요동치는 차를 타고 좁고 험한 산길을 달려 올라갔다. 속이 메슥거리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해발 1400m 히말라야 산맥 낭떠러지에 작은 식당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누가 여기까지 먹으러 올까 싶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20석 식당은 만석(滿席)이었다.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는 나르(Naar)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50B)’에서 66위에 오르는 등 세계 미식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2년 전 오너셰프 프라틱 사두(Sadhu)가 히말라야 오지에 나르를 오픈한 건 불안한 도전이었다. “주변에서 모두 ‘미쳤냐’며 말렸어요. 인도에는 먹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가는 이른바 ‘데스티네이션 다이닝’ 개념이 없었거든요.”
사두 셰프는 인도 ‘히말라야 벨트’에 속하는 카슈미르주(州) 출신. 미국 명문 요리학교 CIA를 나와 미국 프렌치론드리, 덴마크 노마 등 세계적 레스토랑에서 수련하고 뭄바이 ‘마스크(Masque)’를 맡아 A50B에서 당시 인도 식당으로는 가장 높은 19위(올해는 16위)에 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고향 히말라야 벨트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2023년 11월 히말라야 산골 마을 다르와(Darwa)에 ‘나르’를 오픈한 이유다. 사두 셰프는 “나르는 카슈미르 말로 불이라는 뜻이고, 요리사로서 제 안에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상징합니다.”
15코스로 제공되는 저녁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의 자연과 봄·여름·몬순(monsoon·우기)·가을·겨울 전(pre-winter)·겨울로 구분되는 6계절을 담아낸다. 히말라야 산비탈에서 자란 양을 숯불에 굽고 히말라야 숲에서 채집한 야생 버섯을 곁들인다.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에서 잡은 송어는 노간주나무로 훈연한다. 전통 방식대로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에는 잘게 썬 히마찰 지역 사과와 시킴 지역 죽순 초절임을 곁들인다. 척박한 라다크 땅에서 재배한 메밀로는 파스타를 만든다. 디저트로는 식당을 둘러싼 숲에서 딴 잣에서 짠 기름과 솔잎 시럽을 뿌린 아이스크림이 나왔고, 히말라야 야크젖으로 만든 치즈로 식사가 마무리됐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히말라야의 맛. 세계 미식가들이 수고와 시간을 감내하며 여기까지 오는 이유다. 멀리 하얗게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석양에 발갛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