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아일랜드’에서는 해질 무렵 뭍으로 올라오는 펭귄 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주정부관광청

이 섬의 노을은 관광객에게 특별하다. 하늘이 주황빛과 남보랏빛으로 물들어 갈 무렵이면 잔잔한 금빛 물결 너머에서 작달막하고 통통한 그림자들이 파닥거리며 하나둘 뭍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어느덧 모래 위를 가득 메운, 펭귄. 엇, 펭귄?

호주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단연 코알라와 캥거루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동물이 호주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바로 펭귄. 다 자란 성체 몸길이 약 30cm, 몸무게 1.5kg 안팎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 중 하나인 ‘쇠푸른펭귄’이다. 별명은 ‘꼬마 펭귄’ ‘요정 펭귄’. 펭귄인데 심지어 추위를 탄다! 바위 틈이나 해변 근처에 둥지를 만들어 살아가고 태즈메이니아부터 서호주까지 호주 남쪽 해안 전역에서 발견된다.

멜버른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인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에는 전 세계 최대 쇠푸른펭귄 군락이 있다. 하늘이 식어갈 무렵이면 종일 물고기를 잡다 물 밖에 올라 가슴을 한껏 내밀고 위풍당당 퇴근하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일명 ‘펭귄 퍼레이드’다. 석양이 모래 언덕과 바위 절벽 등에 부딪혀 만드는 환상적인 색감이 펭귄 무리와 겹치며 해 질 녘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람석이나 펭귄 눈높이에 맞춰 마련된 지하 관람관 예약은 필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 중 한 종인 '쇠푸른펭귄'. /호주정부관광청
성체 몸길이 약 30cm, 몸무게 1.5kg 안팎으로 별명은 '요정 펭귄', '꼬마 펭귄'이다. /호주정부관광청

호주 남부를 지날 계획이 없다면 펭귄을 볼 수 있는 동물원이나 보호구역을 일정에 넣어도 좋다. 이런 곳이 호주 전역에 있다. 시드니에서 차로 약 50분 떨어진 ‘심바이오 와일드 라이프 파크’에서 만난 펭귄들의 날갯짓(그러나 날 수 없어 슬픈 새)에 마음이 녹았다. 캥거루 먹이 주기나 코알라 쓰다듬기 체험도 가능하니 “캥거루랑 코알라 봤어?” 묻는 지인들에게 “펭귄까지 봤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 시내에서만 머물 예정이라고? 공항 가기 전 짬을 내 ‘시 라이프 아쿠아리움’에 다녀오는 것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