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완전 럭키비키잖아?’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 아니다. 한 증권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을 분석한 8페이지짜리 보고서 제목이다. 럭키비키란 럭키(Lucky·행운)에 아이돌 그룹 멤버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를 붙인 것이다. 지난해부터 젊은 층 사이에 ‘운이 좋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유행어.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것 같은 기업 분석 보고서에 웬 유행어?

젊은 투자자 눈길을 끌기 위한 이색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보고서를 웹툰 형태로 제공하는가 하면 보고서 제목에 최신 유행어를 넣어 호기심을 유도한다.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표현과 방식을 활용해 투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실적’ ‘엔비디아 업고 튀어’ ‘상 to the 승 to the 세’…. 호기심에 클릭하면 각종 차트와 표가 가득한 보고서로 이어진다.

키움증권은 기업 분석 보고서를 웹툰 형식으로 제공한다. /키움증권

지난달 30일 한 증권사 앱에 ‘늦은 스타트, 성장 기대감 유효’라는 제목으로 항공 방위 산업 분석 보고서가 올라왔다. 클릭해 보니 빽빽한 글 대신 그림이 등장했다. 한 청년 캐릭터가 자신을 “안녕하세요, 애널리스트 이한결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영락없는 웹툰. 한국항공우주(KAI)의 실적 전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납품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상반기에는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 하반기부터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글자보다 그림이 편한 사람을 위한 웹툰 형식의 기업 분석 보고서 ‘리포툰’(리포트+웹툰)이다. 최근 키움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하단부 ‘원문 리포트 보기’를 클릭하면 비로소 그새 친숙해진 이한결씨가 작성했다는 보고서로 연결된다.

기업 성향을 MBTI(성격 유형 검사)로 분석해 내놓기도 한다. 수익률 제고로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얻으려 하는 기업은 내향형인 ‘I’, 인수 합병 등을 추진하는 기업은 외향형인 ‘E’로 분류하는 식이다. ‘수주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해외 고객사의 공격적 생산량 확대’가 두드러진다는 한 이차전지 기업 성향은 ‘ESTJ’로 분석됐다. 투자자 개인을 MBTI처럼 16개로 분석해 투자 종목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게임까지 등장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 아케이드 게임 ‘스탁크래프트’(Stockcraft)를 출시했다. 인기 고전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패러디한 이름. 투자 전략을 세우고 주가 변동을 예측해 게임 속 AI(인공지능)와 수익률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다.

증권사들이 젊은 층 공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식 투자에 눈을 돌리는 20~30대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강세를 보이는 해외 증시 투자를 위해 주식 계좌를 만드는 사람도 많다. 주요 5개 증권사의 지난해 신규 주식 계좌 개설 건수 약 340만개 중 20~30대 계좌가 48%에 이른다고 한다. 젊은 고객 유치는 정말 장기 고객 확보 효과로도 이어질까.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원금 보장되는데 이자까지 주는 상품이 있다고? 거짓말하지 마.” ‘빚투’(빚내서 투자)로 쪽박 찬 이들이 예금 상품을 두고 자조적으로 하는 말. 그러니 투자는 신중하게.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을 위한 기사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