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몸이 되어도 밥은 잘 챙겨 먹여야 한다. 법이 그렇게 정했다. ‘수용자에게 건강 상태, 나이, 부과된 작업의 종류, 그 밖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 및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음식물을 지급한다(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23조).’

법무부 교정본부는 좀 더 구체적이다. ‘수용자의 주·부식은 1일 3회 쌀 등을 지급하며, 수용자에게 지급하는 음식물의 총열량은 1명당 1일 2500kcal를 기준으로 하며, 국경일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날에는 특별한 음식물을 지급할 수 있다.’ 올해 수용자 1명당 일일 급양비는 5201원. 한 끼에 1733원꼴로 전년보다 2.1% 올랐다. 주식비·부식비·연료비를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다.

서울구치소 1월 식단표로 예상해 본 29일 설 점심. 특식으로 작년처럼 유과가 나올 수 있다. 아침엔 떡국이 제공될 예정. /그래픽=송윤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초유의 상황.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말이 “잘 지내고 있느냐”는 인사인 나라라서 관심은 밥에 쏠린다. 국가 경쟁력과 안보 불안을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서울구치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침으로 제공한 첫 끼니가 시리얼·삶은 달걀·견과류·우유였다는 사실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됐을 때 첫 끼니는 케첩과 치즈가 딸린 식빵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옥중 첫 끼니는 모닝빵과 두유였다.

법으로 정해진 밥이지만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1733원짜리 끼니여도 사골국·치킨너깃 같은 메뉴가 포함되면 “일반인보다 잘 먹는다”는 원성이 높아진다. 유영철·강호순 등 흉악범에게 ‘호화 식단’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은 서울구치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공개했던 식단표 게시를 작년 1월 이후 중단했다. 정보 공개 청구로 확인할 수는 있다. 입양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양모와 조두순 등이 거쳐 간 서울 남부구치소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갇혀 있다고 해서 취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포항교도소가 지난 12월 실시한 설문 결과로 수용자들의 입맛 취향을 유추할 수 있다. 국·찌개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닭백숙. 가장 인기 없는 건 무를 넣고 맑게 끓여낸 무챗국이었다. 볶음·조림 등 반찬류에서 선호하지 않는 3가지는 감자 조림·코다리 조림·어묵 볶음. 코다리 조림은 초중고 학생들 급식에서도 “양념치킨인 줄 알고 씹었다가 실망했다”며 ‘배신감 느끼는 급식 메뉴 톱 3′에 들었다. 선호도가 높은 건 치킨 가스와 계란 장조림. 옥중 입맛도 별반 다르진 않다.

식사 메뉴는 물론 뒤처리도 평등하다. 누구든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한다. 독방에 갇힌 이들은 철문 아래 작은 문으로 식판을 내보낸 뒤 교도관이 남은 음식을 수거해 가면 빈 식기를 받아 직접 씻는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한다고 예고한 22일 공수처 승합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다만, 감옥에서도 자본주의는 작동한다. 교정본부는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 가능한 품목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설명했지만 나라 장터 국가 종합 전자 조달에 공개된 납품 견적서로 일부 품목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구치소 자비 구매 물품 입찰서에는 사과·감귤·방울토마토·단감·배·참외 등 과일 6종이 담겼다. 서울 남부교도소(작년 11월 공고 기준)의 경우 사과·감귤·대추방울토마토·참외·복숭아·단감·오렌지로 1종이 더 많다. 과일뿐 아니라 도서류, 안경류 역시 자비 부담 품목이다. 영치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한은 28일이다. 한 차례 구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2월 7일까지 늘어난다. 구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옥중 설을 맞이하게 된다. 서울구치소 1월 식단에 따르면, 설 당일인 29일 아침 식판엔 떡국, 김자반, 배추김치가 올라올 예정이다. 점심은 청국장, 두부, 무생채에 작년 설처럼 5개 내외의 유과가 ‘특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 그날의 식판을 마주하느냐 아니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시인 천양희는 ‘밥’이라는 시에 이렇게 썼다. “(...)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담장 안이나 밖이나, 매일 꼭꼭 씹어 삶을 삼키기는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