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에게 최강 라이벌은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 에디슨이 만든 ‘세계 최초’ 가운데 전기차가 있다. 세 대를 만들었는데 한 대는 대한민국에 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가 만든 전기차 이름은 ‘테슬라’다. 그 테슬라가 맞는다. 꼬리를 무는 전기 전쟁.
인류를 바꾼 전기
1776년 영국 기술자 제임스 와트는 불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어 기계를 움직이는 증기기관을 상용화했다. 영국은 증기기관 덕택에 산업혁명 진원지가 됐고 세계를 휘어잡는 강대국으로 변신했다.
20세기 산업혁명은 전기가 주도했다. 전기 혁명이다. 전기 혁명을 주도한 사람은 미국인 토머스 에디슨이다. 과학자들이 발견해 낸 전기 작동 원리를 기계에 적용해 전기를 일상생활로 끌어들였다.
흑막은 어디든 존재한다. 1878년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화학자 조셉 스완(Joseph Swan)이 특허를 받은 백열전등과 기본 원리 및 디자인이 유사했다. 그 즈음 많은 발명가가 백열전구를 내놨는데, 조셉 스완과 법정 소송에서 모조리 패했다. 역시 고소를 당한 에디슨은 스완과 공생을 택했다. 1883년 ‘에디슨과 스완 합자 전등 회사(Edison & Swan United Electric Light Company)’가 탄생했다. 에디슨 조명 회사(Edison Light Company)와 스완의 ‘스완 합자 전기 회사(Swan United Electric Company)’가 합병해 생긴 회사다.
1882년 9월 4일 에디슨은 미국 뉴욕 펄스트리트(Pearl Street)에 화력발전소를 세웠다. 세계 최초로 탄생한 상업 발전소다. 발전소에 설치된 100kW급 발전기 6개는 계약을 맺은 건물 82개에 있는 전등 400개를 밝혔다. 2년이 지난 1884년 펄스트리트 발전소 계약자는 508명, 전기 공급을 받은 전등은 1만164개로 급증했다.
문제가 있었다. 에디슨 발전소가 사용한 전기는 100볼트짜리 직류였다. 직류는 송전 과정에서 손실이 많은 비효율적인 전기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디슨 전화 회사에서 일하던 오스트리아 출신 기술자 니콜라 테슬라는 1884년 미국 에디슨 연구소로 갔다. 전화 회사 파리지사장 찰스 배철러가 써준 추천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애하는 에디슨, 나는 위대한 사람 둘을 알고 있소. 한 사람은 당신이오. 다른 사람은 이 젊은이죠.’(에어리엘 로귄, ‘Nikola Tesla: The Man Behind the Magnetic Field Unit’, ‘JOURNAL OF MAGNETIC RESONANCE IMAGING’ 19, 국제자기공명학회, 2004)
추악한 전류 전쟁
테슬라는 이미 그때 교류 발전과 송전이 효율적임을 발견했다. 고객들에게서 불안한 송전과 누전, 화재 민원이 끊이질 않았지만 에디슨은 테슬라와 교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에디슨에게서 독립해 테슬라 전기 회사를 설립했다. 발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가 만든 교류발전기를 채택했다.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명은 ‘전류 전쟁(War of Current)’이다. 에디슨은 이후 공개적으로 ‘교류 전기로 유기 고양이와 개를 죽이는 실험’을 반복하며 테슬라를 음해했다.
1890년 8월 6일 미국 뉴욕주에서 세계 최초로 전기 처형이 이뤄졌다. 전기의자는 에디슨이 발명했다. 에디슨 측은 테슬라가 만든 웨스팅하우스 교류발전기를 구입해 죄수 윌리엄 케믈러를 처형했다. 에디슨 측은 케믈러가 ‘웨스팅하우스됐다’고 부르자고 제안했다.(Jill Jonnes, ‘Empires of Light’, 랜덤하우스(뉴욕), 2003, p207) 그 추한 전쟁 종료 후 지금까지 전기 발전은 교류 전기가 대세다.
그 즈음 에디슨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전기를 저장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유인원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전기 저장 기술이 나올 때까지 인류는 인류가 아니라 꼬리 없는 오랑우탄에 불과하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자연의 힘을 이용해 우리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 태양 빛도 에너지의 한 형태이며 바람과 파도도 에너지 아닌가. 언젠가 작은 마을마다 자연력을 이용해 전기와 열기를 무한하게 저장할 시대가 분명히 온다. 내가 축전지를 만들었는데, 확실하지 않지만 이게 그 시대를 만들 물건이다.”(Elbert Hubbard, ‘Little Journeys to the Homes of the Great(기념판)’, 1916, p339)
저축하는 전기, 그리고 전기차
그래서 에디슨이 내놓은 물건이 전기차다. 전기차에는 이런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다. 전기차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에서 주문 제작한 외형에 에디슨이 만든 축전지를 장착했다. 배터리가 무겁고 비싸서 상업화에는 실패했다.
에디슨이 실패한 그 전기차를 지금 일론 머스크가 만든다. 2004년 니콜라 테슬라에서 회사 이름을 따온 ‘테슬라 자동차’ 최대 주주가 되면서 테슬라는 전기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름이 됐다. 현존하는 에디슨 전기차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미국 포드자동차박물관에, 한 대는 강원도 강릉에 있는 ‘에디슨사이언스뮤지엄’에 전시돼 있다. ‘에디슨의 모든 것’에 반한 관장 손성목씨가 2009년 수집한 자동차다. 박물관에 가면 축음기와 영사기부터 온갖 에디슨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낡은 자동차에 공존하는 추악한 전쟁과 미래에 대한 예언, 집념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