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건전한 상식과 좋은 인성, 그리고 올바른 판단력과 용기입니다. 두뇌는 보통 사람보다 좀 나은 정도이면 족하지 반드시 뛰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의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의사가 뛰어난 두뇌의 소지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실천할 수 있는 실력과 자질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가 좋은 우수한 인재들이 순수 학문 분야나 이공계에 진출하는 것이 인류 사회나 국가 발전에 더 유익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이과 지망 우수 인재가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문과 학부 전공자들과 심지어 이과 학부 전공자 상당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안정된 직업을 희구하는 경향에 따른 개인적 선택의 결과라고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점과 관련하여, 한때 시행되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사실상 폐지되었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굳건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법조인을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으로 양성하자는 것입니다. 신림동 고시촌이나 고시학원에서 암기나 시험 치는 기술 습득 위주의 시험공부에 매달리다가 사법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상적인 법학 교육을 받아 의사 면허시험처럼 로스쿨 정원 80~90% 이상의 응시자가 합격하는 변호사 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배출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받는 법률 혜택을 넓히자는 취지입니다. 종전에는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었기에 누구든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망자는 법과대학 강의실이 아닌 고시학원으로 몰려들었고, 오랜 세월 동안 고시에 매달리는 ‘고시 낭인’이 생겨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법과가 아닌 다양한 학부 전공자가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거쳐 법조인이 되도록 함으로써 국제화 시대에 맞는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배출하자는 것입니다. 법과 출신의 법조인만으로는 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외에도 과거 사법시험 시절 서울대 법과대학 등 소수 대학과 단일한 사법연수원 중심으로 형성된 법조계 카르텔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다소 엉뚱한 뜻도 숨어 있었습니다.
과거 사법시험 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수 인재가 법대로 몰리고 심지어 이공계 전공자까지 사법시험에 매달려, 법조계가 우수 인재를 다수 흡수해버리는 지경이었고, 그 과정에서 고시 낭인을 양산하기에 이르렀으니 국가 인력의 적정 분배나 국가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보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법학 교육을 받은 자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어 다른 전공자들이 끼어들고 싶은 유혹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이러한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여전히 우수 인력이 로스쿨에 몰려 문과 대학 등은 로스쿨 예비 과정처럼 되기도 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액의 교육 비용 등으로 취약계층의 법조 진출을 어렵게 만듭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성공 신화’는 이제 불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변호사 시험 불합격자가 해마다 누적됨에 따라 응시자가 늘어난 결과 합격률이 낮아져 다시 시험 치는 기술 습득 위주의 고시학원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도입을 논의할 당시 예견된 문제들이었습니다.
아무튼, 로스쿨과 의과대학에의 쏠림 현상을 적절히 제어할 합리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로스쿨을 둘러싸고 등장한 새로운 문제점도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 논의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국민에 대한 의료 혜택의 확대라는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정치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