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화산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와이의 산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오아후섬 코올라우 산맥의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불린다. 이름처럼 1년 내내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팔리’는 하와이어로 ‘절벽’이라는 뜻. 1795년 하와이를 통일한 카메하메하 1세가 마지막 결전을 벌인 곳으로, 군인 수백명이 깎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마우이섬에선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3055m 높이로 현재는 화산이 분출하지 않는 휴화산이다. 화성을 배경으로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의 촬영지로 쓰였을 만큼, 움푹 팬 정상의 분화구를 중심으로 붉은 모래 사막이 펼쳐져 다른 행성에 뚝 떨어진 기분이 든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보금자리”라는 뜻.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마우이를 통치했던 반신반인이 화산 정상에 서서 지는 태양을 밧줄로 매어놓아 해가 지는 것을 늦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정상으로 가는 길엔 마우이 차 농장에 들러 잠시 쉬어가도 좋다. 해발 1250m 경사면에 자리 잡은 차 농장에서는 차 나무뿐 아니라 하와이에서만 자라는 토종 식물을 볼 수 있다. 높은 고도로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쯤, 가이드가 하와이 허브 ‘마마키’(치유력이 있는 쐐기풀과 식물)로 만든 차를 권한다. 꿀을 넣지 않았는데도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난다. 고대 하와이인들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 마마키를 치료제로 썼다.
일몰을 보려면 정상까지 평균 2시간 정도 차로 부지런히 올라가야 한다.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붉은 사막과 바위 정원, 폭포와 계곡까지 다양한 식생을 구경하게 된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식물 아히나히나(은검초)와 멸종위기에 처한 하와이에만 사는 멸종위기 새 ‘네네’ 등 특이한 동식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