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하면 여행자들은 ‘비싼 물가’부터 떠올린다. 홍콩은 식자재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특히 식품 가격이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 그 부담은 내려놓으시길.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몇 년 새, 거꾸로 한국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홍콩 퉁청(東涌) 지역의 식당 ‘문록치우차우(滿樂潮州)’의 토란과 무 튀김 요리. 중앙의 당근 장식은 새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홍콩관광청

홍콩섬 센트럴 지역에 가면 줄이 길게 늘어선 유명한 완탕면 집과 소고기 우육면 집이 있다. 침차이키(沾仔記) 완탕면 집에선 큰 어묵 덩어리, 새우로 속을 채운 만두, 양념한 소고기 이 세 가지 토핑을 모두 올린 국수 한 그릇 가격이 57홍콩달러(약 9500원)다. 카우키(九記) 우육면 집은 메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소고기 양지머리 부위가 하게 들어간 국수 한 그릇에 대략 65홍콩달러(약 1만1000원)쯤 한다.

이 두 가게의 국수는 깊은 국물과 넉넉한 고명, 장인 정신이 깃든 면(麵) 기술로 홍콩 시민들의 ‘영혼의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평양냉면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평양냉면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외면한 채 1만5000원이 넘어갈 만큼 가격이 치솟았다. 양국을 대표하는 국수 가격을 서로 견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쉐린 원 스타를 받은 식당 예 상하이(Ye Shanghai)를 방문했다. 점심 코스 요리가 1인당 275~460홍콩달러(약 4만6000~7만7000원) 정도였다. 오이와 목이버섯 무침, 돼지갈비, 술에 절인 닭고기, 찻잎 훈제 계란을 전채로 시작하고, 뒤이어 딤섬 2점(중국식 만두), 칠리 소스를 끼얹은 새우찜, 상하이 털게를 구워 살을 발라낸 뒤 내장과 알을 올린 요리, 콜리플라워와 돼지고기 볶음, 디저트인 두부 푸딩으로 이어지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점심 코스였다. 한국의 P중식당의 런치 코스도 이와 유사한 음식을 내는데, 가격은 10만원 정도다. 본토 중식을 한국에서 판매해야 하는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가격 차이가 난다.

홍콩관광청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하나 이상을 받은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선 1인당 700~2000홍콩달러(약 11만8000~33만6000원·디너 기준)를 예산으로 잡을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2023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하나 이상 받은 식당은 서울이 35곳인 반면, 홍콩과 마카오를 합하면 95곳에 이른다. 비슷한 가격으로 홍콩에선 훨씬 더 많은 미식(美食)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홍콩=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