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만개의 ‘죠리퐁’ 봉지에는 실종 아동 신상이 담긴다.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미아 정보인 셈이다. /크라운제과

50년 장수 과자 ‘죠리퐁’ 뒷면에는 이 같은 실종 아동 정보가 적혀 있다. 실종 당시 사진과 현재 추정 사진도 나란히. ‘은지를 함께 찾아주세요.’ 과자 회사 크라운제과는 ‘희망과자 프로젝트’를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매년 ‘죠리퐁’ 약 500만 봉지에 실종 아동 정보를 담는 것이다. “우리의 주 고객은 아이들”이라며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 주력 과자를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오는 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관공서보다 마트가 가깝다

본도시락 측이 이달 제작한 도시락 겉면 포장 슬리브. 1991년 실종된 정유리양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다. /본도시락

찾으려면 더 많이 알려야 한다. 경찰 및 아동 단체가 힘쓰고는 있으나, 정보 확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막강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주거 밀집 지역의 필수적 존재, 수퍼마켓이다. 그리고 ‘죠리퐁’은 마트 진열대를 지배하는 스테디셀러. 지금까지 ‘죠리퐁’ 3500만 봉지에 실종 아동 정보가 실렸는데, 값진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과자에서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한 60대 여성이 연락해온 것이다. 헤어질 당시 여덟 살이던 동생을 애타게 찾던 오빠와 유전자를 대조한 결과 둘은 남매가 맞았다. 2017년, 헤어진 지 52년 만이었다.

생활 밀착형 수색이 본격화됐다. 도시락도 가세했다. 본도시락 겉면 포장 종이에는 2003년 두 살 나이에 부산에서 실종된 모영광군 등의 신상 정보가 적혀 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슬리브 200만장을 지난해 12월 전국 가맹점에 배포했다. 경품을 내걸고 해당 슬리브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유도하는 행사도 함께 기획했다. 이달에는 1991년 열한 살 때 경기도 안산에서 실종된 정유리양의 정보로 슬리브를 제작했다. 최대한 널리 퍼뜨려야 하기에.

◇편의점, 택배 유심히 봐주세요

택배 상자 포장에 쓰이는 ‘호프 테이프’에도 실종 아동 정보가 적혀 있다. /BGF네트웍스

편의점은 더 많다. 국내 편의점 최다 점포를 거느린 CU의 경우 지난해 기준 1만6787곳. CU 매장에는 포스기(계산기) 모니터마다 실종 아동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누구나 너무나 자주 가는 편의점. 3년 전 추석 연휴, 어느 24세 여성도 그러했다. 그리고 본인의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됐다. 부모에게 버려진 것으로 오해하고 아동보호센터에서 자란 이 여성은 “나는 실종 아동이 아니니 정보를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동권리보장원 측의 사실 재확인 과정에서 20년 전 생이별한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택배 상자 포장에 쓰이는 ‘박스 테이프’도 요긴한 매체다. 실종 아동 정보가 인쇄된 일명 ‘호프 테이프(Hope Tape)’. 편의점 택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BGF네트웍스 관계자는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물품일수록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총 30명의 실종 아동 정보를 담은 다섯 종의 ‘호프 테이프’ 1100개를 제작해 요청 고객에 한해 무료 배포했다. “아직 낭보는 없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프다.”

◇벤츠도 안 아까워… 아이만 찾는다면

멈춰 있어선 안 된다. 건축 자재 회사 덕신하우징 김명환 회장은 자신의 통근용 벤츠 차량을 세 명의 실종 아동 정보로 도배했다. 6년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를 모았을 정도. 전에 타고 다니던 에쿠스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다음 주 임원용 법인 차량 4대에도 래핑이 예정돼 있다. ‘움직이는 전단’이 늘어나는 것이다. 관계자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도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 종이 봉투 및 홈페이지 등에도 실종 아동 정보를 넣은 이유다.

그리고 지난 3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알아본 여성의 전화로 43년 전 헤어진 혈육은 서로 얼싸안을 수 있었다. 동생을 꼭 찾으라는 게 부모님의 유언이었다고 밝힌 해당 여성의 언니와 오빠는 “이렇게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홍보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1년 이상 실종 상태로 남은 아이는 현재 871명. 여전히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