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현대자동차가 생산·기술직 공개 채용을 시작하자 지원자가 수만 명 몰려 채용 포털 사이트가 일시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원이 폭주한 이유는 명망 있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파격적인 고용 조건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확실한 60세 정년 보장과 다양한 복지 혜택 등입니다.
저는 이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물론 현재 우리 사회에선 보기 힘든 경우이긴 하지만,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사회 풍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젊은 세대의 직업관이 기성세대와는 달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경쟁해 승진·출세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충실히 하면서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대졸 이상 학력자도 많이 지원하는 지자체의 환경미화원 채용이나 그 밖의 많은 경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 독일에서 공부할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그들의 직업관이었습니다. 그들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차별하지 아니하고, 각자 적성에 따라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며 그에 만족하였습니다. 그래서 무상이나 다름없는 대학 진학률도 50% 미만이고, 직업학교 진학을 권하는 선생님의 지도에 이의 없이 따라 해당 분야 전문 기술자로 성장하여 자긍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전기 기술자인 아버지가 성적이 우수해서 치과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아들에게 “평생 실내에서 환자들 입안을 들여다보고 살기보다 아버지처럼 자연 속에서 전신주에 올라 일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잘 생각해봐라” 하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관념이 지배했던 우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는 독일 등 서구 유럽을 지배한 기독교(개신교) 윤리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종교개혁자 칼뱅은 예정설(豫定說), 즉 하나님은 구원할 자와 구원하지 않을 자를 예정해 놓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관해 많은 신학적 논쟁이 있었으나 그 영향력은 컸습니다. 예정설에 따르면, 신자는 자신이 구원 예정된 자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자로서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기가 구원받았음을 확신하거나 입증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구원받은 자라면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하나님이 맡겨준 사명으로 알고 충실하게 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생활을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구원받은 증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고, 자기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여 부(富)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기독교적 윤리이자 나아가 자본주의의 토대이며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 뜻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의미 있는 정책이었습니다.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기술을 익혀 먼저 취업하고 필요에 따라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평생 교육 방법으로 지식과 기술을 보충해가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학교와 기업을 교육과정에서 연계해 기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의 취업을 보장하였기에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리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당시 감사원장이었지만 그 정책에 감동(?)하여 감사원장으로서는 드물게 수원에 있는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선생님을 격려하였습니다. 마이스터는 독일어로 장인(匠人)을 뜻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독일의 영향을 받은 우리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소개하며 메르켈 총리를 기분 좋게 해드렸습니다.
아무튼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구분·차별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면 과도한 대학 진학률과 과당 경쟁은 감소하고 사교육 비용도 줄어드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근로 조건 개선과 생산성 향상 등을 포함한 합리적 노사 관계 정립 등 노동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