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동남아인 부부가 일하는 채소 가게가 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쪽 사람들인 것 같다. 부부가 일 끝난 뒤 손 붙잡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얼마나 한국말을 잘하는지 “만원에 그냥 다 가져가세요” “어제 오시지, 오늘 똑 떨어졌어요” 같은 말을 하며 장사도 잘한다.
이 가게는 못생긴 채소나 과일 전문점이다. 좀 덜 싱싱한 물건도 많이 갖다 놓는다. 그 가격이 대형마트 절반도 안 되고 재래시장과 비교해도 20~30%는 싼 것 같다. 파는 한 단에 1000~2000원, 감자와 양파는 한 봉지 2000원에 판다. 대파 푸른 잎이 좀 시들하고 양파에도 무른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감자는 크고 둥글지 않고 잘고 못생겼다. 어느 날은 무 10개를 1000원에 파는 걸 본 적도 있다. 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알뜰한 주부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걸 본다. 근처에 비슷한 가게들이 두어 개 더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가게들은 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는 못난이 상품들을 가져다가 싸게 판다. 너무 작거나 흉이 있거나 좀 시들하거나 약간 썩었거나 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바나나를 갈아 스무디를 만들거나 토마토로 주스나 퓨레를 만들 요량이면 생긴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겠지만 예쁜 것보다 값이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못난이를 사는 게 낫다. 한번은 양파 한 바구니를 1000원에 팔았는데 양파들이 죄다 두개씩 붙어 있었다. 기형 양파인 셈이다. 덥석 집어다가 숭덩숭덩 썰어 카레에 넣어 먹고 참치 샐러드 만들 때 잘게 다져 넣었다.
물가가 치솟자 못생긴 채소와 과일들을 싸게 파는 상품들이 대형마트에도 등장하고 전문 쇼핑몰도 생겼다고 한다.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버리거나 거름으로 썼던 물건들을 내다 파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농산물들이 전체 수확량의 3분의 1, 연간 5조원어치로 추정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다. 농사 짓는 분들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벌레 먹은 과일이나 채소가 더 맛있다고, 벌레가 괜히 사람보다 먼저 먹는 게 아니라고 한다.
엊그제 양파를 사려고 못난이 가게에 들렀다. 동남아 아저씨가 토마토를 정신없이 바구니에 담으면서 “못생겨도 맛은 좋아, 10개 2000원” 하고 외치며 신나게 팔고 있었다. 이날따라 양파가 너무 잘아서, 귤만 한 것들로만 한 봉지 모아 2000원이었다. “양파 큰 것 없어요?” 하고 물으니 아저씨가 신나게 말했다. “이마트 가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