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료 이용 연령을 높여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논의가 ‘몇 살부터 노인인가’라는 문제로 옮아가는 듯하다. 지금은 65세 이상이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데 대구에서는 이를 70세로 올리기로 했다. 주변 65세 언저리 선배들을 생각해 보면 노인은커녕 지하철 계단에서 뛰어다닐 것 같고 자리도 양보할 것 같은 분들이다. 지하철 요금 부담스러워 외출을 꺼릴 것 같지도 않다.

‘65세 노인’은 19세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1889년 노령연금을 65세부터 주면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한다. 당시 독일 남자 기대 수명이 47세였으니 너무 낡은 기준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사는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물으니 72.6세는 돼야 노인이라고 대답했다. 노인 복지 차원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 또는 면제해 주더라도 연령과 소득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저소득층 노인을 지원해야 합리적일 것 같다.

사실 은퇴 후 노년기에 접어든 세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지하철 요금이 아니라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할 일이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인생이 끝난 것 같고 사회에서 버림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금전적으로 쪼들리지 않아도 소속 집단이 없어지면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은퇴한 50~60대 남성 중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통계가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많은 은퇴남이 요리를 배우거나 목공 교실에 나가거나 악기 연주를 시작하면서 이런 공허함을 달래려고 한다.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비슷한 학력과 경력 집단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모임에서 어울리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나가자니 마땅치 않고 집에 있자니 삼식이 꼴 나는 게 싫다.

혼자 사는 은퇴남은 더욱 괴롭다. 직장 생활 할 때는 주말 끼니만 혼자 해결하면 됐는데 은퇴와 함께 매일 세 끼를 혼자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라면 끓이고 햇반 데워 먹는 수준의 살림 실력으로는 ‘100세 시대’를 혼자 살아갈 수 없다. 84세에 부인과 사별한 뒤 20년 가까이 독신인 김형석 교수도 책 ‘백 년을 살아보니’에서 “90이 넘으면서부터는 아내와 같은 제2의 여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사는 중·장년 남성이 크게 늘어 116만명에 가깝다고 한다. 이들이 살림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 먹고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서 사회적 병리로 발전할 수도 있다. 사회가 남자들에게 일찌감치 살림 배우기를 권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