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로 줄넘기를 하고 있다./김동환 기자

“마스크 해제됐다고 곧바로 마스크 안 쓰는 건,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죠.”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약 3년 만에 실내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지난달 30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재차 논박이 벌어졌다.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돼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와 감염 예방 의식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담긴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마스크를 고집하는 거야말로 자발적 노예근성”이라는 날 선 반박도 나왔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지 5일이 지났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어차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써야 하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들은 “벗고 싶어도 회사 상사와 동료들이 다 쓰고 있으니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마스크 의무 해제를 둔 여론조사도 찬반이 팽팽하게 갈린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형식·보신주의에 사로잡힌 마스크 수칙에 쓴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마스크 벗는 이유 아시는 분?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 벗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던져진 것인데, 방역 당국이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니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은 이유와 대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자율적으로 벗으라’고만 하니 시민들은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상혁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것은 마스크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마스크를 쓰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예방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 사태 초기와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 전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백신도 없었고, 코로나의 전파력과 치명률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거리 두기와 마스크 외에는 별다른 대응 수단이 없었다”며 “지금은 국민 상당수가 백신이나 감염을 통해 면역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의 전파력은 백신이나 마스크로 집단 면역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실익이 크게 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만약 코로나가 종식 가능한 전염병이라면 계속 마스크를 쓰는 것이 더 실익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는 종식될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평생 쓰고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가 알려지지 않다 보니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하려는 일종의 ‘불복’ 움직임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계속 잘 써달라”고 당부하고 있고, 상가와 식당 중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 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계속 붙은 곳이 적지 않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정부 방침과 달리 “앞으로 2주간은 학원 내에서는 계속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한다”는 자체 지침을 발표했다.

◇ “학생들은 벗는 게 나은데...”

마 부회장은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했을 때의 부작용이나 사회적 손실에 대해서 사회 전반은 물론 정부와 방역 당국이 관심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산소 흡입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두통,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은 데다, 영유아·청소년의 경우 언어 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더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여전히 코로나 공포감에 압도된 여론이 적지 않은데, 정부가 이를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 중에 마스크 벗기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데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마스크를 계속 쓰라고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부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고하지 않는데, 교사가 나서면 당장 민원이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미 싱가포르 등에서는 그런 부작용을 인식하고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벗도록 정부가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권고하는데, 우리 교육 당국은 일부 극성 부모들의 눈치를 보는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자율과 특성에 맞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교육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천식이나 비만 등 코로나 고위험군인 학생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적극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이들이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낭설도 퍼져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마 전 부회장은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마스크를 계속 씌우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이제 코로나는 영원히 피해갈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자녀의 언어 발달과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내 약국 앞에 마스크 착용 수칙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마트에선 벗고, 마트 내 약국선 써라?”

또 다른 전문가는 “마스크는 고위험군이라면 계속해서 착용하는 게 좋고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정확한 지침을 만들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변경된 실내 마스크 수칙은 명쾌하고 직관적이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방역 당국은 대중교통과 병원 등 의료기관,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약국도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다 보니 대형 마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마트 내 약국에 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통근, 통학버스도 대중교통으로 간주하면서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실에선 전부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은 상황이 연출돼 시민들 사이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조롱이 퍼지고 있다.

최재욱 교수는 “통근, 통학버스는 불특정 다수가 탑승하는 대중교통과 특성이 전혀 다른데 왜 그렇게 분류했는지 의아하다”며 “국민들이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는 수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 전 부회장은 “과학방역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방역도 공무원들의 형식주의, 행정편의적 탁상행정에 포섭된 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런 황당한 수칙이 윤 정부가 자랑하는 ‘과학방역’이냐”는 정치적 비난도 나오는 실정. 한 전문가는 “현 방역 당국도 전 정권과 비슷하게 불통의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