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 옆에 떠 있는 구(球)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 ‘시몬’. /NASA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챗봇 ‘챗GPT’가 화제다. 챗GPT는 대화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몇 초 안에 보고서 수준의 답안을 바로 내놓는다. 한글 번역은 물론이고 문서 요약, 프로그램 코딩까지 할 줄 안다. 사용자와의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대화의 숨어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듯 반응해 마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1일 이 신박한 AI가 공개된 이후, 수많은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와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챗GPT에 자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대화 경험부터 일각에서는 AI가 인류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머지않았다는 견해까지 나왔다.

챗GPT에게 ‘안녕, 우주’ 원고 작성을 부탁해 봤다. 대화창에 우주탐사에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칼럼의 제목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SF에서 현실로: 우주탐사에서 챗GPT의 활용’ ‘우주탐사의 혁신을 주도하는 챗GPT의 핵심 역할’ 같은 제목 몇 개가 바로 튀어나왔다. 내친김에 첫 번째 제목으로 구체적인 사례가 포함된 짧은 글을 작성하라고 하니, 그럴듯한 글 한 편이 나왔다.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2021년까지의 온라인상의 데이터만 학습했기 때문이라며 사과하는 쿨함(?)까지 선보인다.

챗GPT처럼 사람과 대화하며 정보를 찾아 정리하고 임무를 보조하는 AI 비서를 우주탐사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3년 일본 우주개발기구(JAXA)는 자동차 기업 도요타와 공동개발한 AI로봇 키로보를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다. 약 30㎝ 크기의 이 로봇은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능력으로 우주인과 대화가 가능하며, 얼굴 인식과 비디오 녹화 기능을 탑재하여 우주탐사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협업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활용됐다.

지난 2018년에는 독일우주국(DLR)과 에어버스, IBM이 공동 개발한 AI 로봇 ‘시몬’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졌다. 지름 30㎝ 배구공 모양에 무게 약 5㎏의 시몬에는 IBM이 2005년 개발해 의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AI 왓슨이 탑재됐다. 14개의 회전 날개를 돌려 우주정거장 내부를 스스로 돌아다니며 정거장에 탑승한 우주비행사의 질문에 답한다.

이처럼 대화형 AI는 챗GPT에 비해 초보적이지만 우주 탐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오류를 진단해 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030년 화성 유인 탐사 임무가 본격 시작되면 인류는 고도로 발전된 AI 비서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에 있는 동안 우주비행사가 다칠 경우 바로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구와 5분에서 20분 사이의 신호 전송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의사와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기 어렵다. AI가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AI로봇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대신해 우주 탐사에 나설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인류의 우주 탐사 영역이 넓어질수록 극한의 탐사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능적인 AI로봇이 필요해진다. 지난 1998년 발사된 미국의 혜성 탐사선 ‘딥스페이스1′에는 스스로 우주선 상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리모트 에이전트’라는 AI 시스템이 탑재됐다. 인간의 개입 없이 우주선을 조종하는 첫 시도였다. 이후 AI를 활용한 우주탐사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미항공우주국(NASA)의 퍼서비어런스 같은 화성 탐사로봇에는 스스로 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암석을 식별해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는 AI 알고리즘이 탑재됐다. NASA가 토성 위성 타이탄에 보낼 탐사로봇은 극저온의 호수나 동굴, 액체 탄화수소 바다, 화산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다. 공중에 날아다니거나 물에 뜬 채 수영하고, 좁은 곳에서는 몸통을 12개 소형 로봇으로 분리해 각각의 로봇이 독립적으로 탐사 활동을 벌인다.

미래의 심(深)우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탐사를 위해서는 기계와 AI 활용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AI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로봇과 인간이 달 표면이나 천체에서 함께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현지 자원을 추출하여 분석하고, 인간 거주지를 함께 건설하는 미래의 모습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나아가 AI 우주탐사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독립적으로 태양계 밖 외계 문명과 접촉하고 소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챗GPT는 인공 신경망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의 완성도를 높인다. 언젠가 어딘가 있을지 모를 외계 문명이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AI와 조우한다면, 이들은 AI를 인간 존재의 연장으로 보지 않을까. 올 상반기 중 현재의 챗GPT보다 인공신경망의 수를 100배 늘린 차세대 챗GPT가 출시된다고 한다. 아주 먼 미래의 시작을 목도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