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많이 먹게 되는 음식 중 하나가 마늘이다. 고깃집에서도 마늘 좀 더 달라고 하기 일쑤다. 파스타 만들 때도 마늘을 일부러 듬뿍 넣어 볶는다. 최근에는 마늘을 올리브 오일에 절인 스페인 통조림을 먹었다. 스페인에서는 숙성시킨 돼지고기인 하몽과 함께 먹는다는데, 샐러드 드레싱으로 먹어도 좋고 조미 안 된 빵이나 과자와 함께 먹어도 좋았다.

마늘은 그 냄새만 독할 뿐 이로운 게 100가지나 된다고 해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한다. 단군신화에 나올 정도니 우리가 먹은 지도 매우 오래됐다. 서양에서도 손에 꼽는 수퍼 푸드다. 92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정정했다는 친구 아버지는 매일 간식처럼 통마늘을 날것으로 한 통씩 드셨다고 했다.

마트에 가면 다진 마늘을 깐 마늘보다 비싸게 판다. 요리할 때 바로 다져 넣으면 그 특유의 향이 훨씬 강한데 굳이 다진 마늘을 살 필요가 있나 생각하곤 했다. 얼마 전 TV 뉴스에 한 다진 마늘 공장을 고발하는 내용이 보도됐다. 곰팡이 피고 무른 마늘까지 싹 다 기계에 넣고 다져서 팔다가 적발됐다. 이래저래 다진 마늘 사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냄비에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국이며 탕, 찌개 같은 것들에 이어 채소와 고기, 양념을 따로 포장해 제법 요리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간편 식품들이 넘쳐난다. 유명한 곰탕집이나 짬뽕집에 가기 번거롭기도 하고, 즉석식품치곤 비싼 편이지만 식당보다는 싸다는 이유로 가끔 사 먹게 된다. 그럴 때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이 음식이 얼마나 위생적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썩은 배추와 무로 김치를 수십만㎏이나 만들어 팔다가 작년에 적발된 ‘대한민국 김치 명인 1호’가 결국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당시 김치 공장 사람들이 재료 손질 하면서 “아이고 더러워” “나는 안 먹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공개됐었다. 그 김치 명인은 홈쇼핑 같은 데서 가끔 본 얼굴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TV에 나와 “내가 직접 배추와 무를 고를 정도로 깐깐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썩고 곰팡이 핀 것만으로 골랐을 테니 마늘은 또 어떤 걸 썼을지 알 만하다.

이래저래 무슨 음식이든 가급적 가공 안 된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다. 그렇지만 김치는 예전과 달리 한 포기를 담글 수도 없고 담가 먹기보다 사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니 일개 업자를 정부가 나서서 명인 운운 떠받들지도 않았으면 한다. 사기꾼한테 속는 것도 억울한데 명인한테 사기당하는 기분이 어떨지 헤아린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