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그 유명한 베이스 ‘음따 음따’가 울릴 때부터 두근두근, 내 청춘이 되살아났다.”(62세 남성)
“송골매 팬이었다는 엄마는 손뼉 치며 계속 따라 불렀지만, 나는 자막에 뜨는 가사를 집중해서 봤다.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랫말이라니!”(25세 여성)
40년 만에 날아오른 송골매의 비행이 세대 통합을 이뤄냈다. 지난 21일 방송한 KBS 설 기획 송골매 콘서트가 소셜미디어를 후끈 달궜다. 전설적 록밴드의 재결합 무대에 중년들은 “추억이 돋는다”며 열광했고, 10~20대는 “그 시절에 이렇게 힙한 록음악이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송골매는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며 한국 대중음악에서 록 음악을 주류 장르로 끌어올린 밴드. 그룹의 양 날개였던 배철수(70)와 구창모(69)가 38년 만에 의기투합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끝내자, KBS가 설 기획으로 일산 킨텍스홀에 무대를 마련했다.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에 이어 네 번째 대형 기획 주인공이지만, 이번엔 장르가 달랐다. 배철수는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친구들이 부모 세대는 트로트만 좋아한다고 오해하는데, 사실 저희 세대가 록 음악을 가장 많이 들은 세대”라고 했다. 대체 송골매의 무엇이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걸까.
◇노랫말의 재발견: 가사가 예술이네!
무엇보다 노래의 힘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시작해 ‘처음 본 순간’ ‘세상만사’ 앙코르 곡 ‘모두 다 사랑하리’까지 이날 무대에 올라온 곡만 21곡. 특히 노래 중간중간 화면에 띄운 ‘송골매 가사 사전’이 눈길을 끌었다. ‘허위허위: 힘에 겨워 힘들어하는 모양’ ‘산득산득: 갑자기 놀라서 마음에 사늘한 느낌이 자꾸 드는 모양’ 하는 식으로 순우리말 단어를 자막에 풀이해줬다.
대학 때부터 송골매를 좋아했다는 박정섭(57)씨는 “송골매 노랫말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새삼 깨달았다”면서 “특히 ‘하늘나라 우리 님’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서 시처럼 낭송해봤다”고 했다. “하늘은 매서웁고/ 흰눈이 가득한 날/ 사랑하는 님 찾으러 천상에 올라갈 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 번도 쉬지 않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일랑은 쓰리지 아니한데/ 님 그리는 온 가슴만 산득산득 하더라.”
구창모의 솔로곡 ‘희나리’는 ‘마르지 않은 장작’을 뜻하는 순우리말. 이별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애절한 마음을 마르지 않은 장작에 비유한 노랫말이 미성과 어우러져 더 애절하게 들린다.
◇영원한 청춘: 꼰대 아닌 소통 아재
가죽 재킷 차림의 배철수와 여전히 유려한 미성의 구창모,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연주자들을 보며 많은 이가 청춘을 떠올렸다. 송골매는 캠퍼스 밴드 음악을 안방에 안착시킨 팀이었다. 배철수가 중심이었던 항공대 록밴드 ‘활주로’가 모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해변가요제)와 ‘탈춤’(대학가요제)’으로 각각 인기상과 은상을 받은 이들은 송골매(항공대를 상징하는 새)로 이름을 바꾸고 앨범을 냈다. 이후 2집을 준비하면서 배철수는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 출신인 구창모를 영입했고, 두 사람의 결합으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등 노래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송골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까지 나왔다.
40대 박모씨는 “사회에 저항하고 기성 체제에 도전하는 듯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게 송골매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잔나비 최정훈은 영상에서 “기분 좋은 헐렁함”이라고 했고, 배우 유해진은 “야생 그대로의 날것”이라고 했다. 배철수가 부르는 대표곡 ‘모여라’는 “학교 가기 싫은 사람 공부하기 싫은 사람 모여라” 했다가 마지막엔 “모인 사람 모두 바보” 하고 끝난다. 구창모는 이 곡을 소개하면서 “가사 때문에 금지곡이 될 뻔했으나 배철수가 심사위원을 설득해 세상에 나온 곡”이라고 했다.
아찔했던 사고도 세월이 흐르니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배철수가 1983년 생방송 도중 벌어진 감전 사고를 떠올리며 “당시 구급차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악기를 싣고 온 용달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갔다”고 회상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배철수는 송골매 해체 이후 DJ로 변신해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30년 넘게 진행했다. 매일 대중과 스킨십을 하며 마음의 근육을 단련한 사람이라 꼰대스럽지 않고 소통하는 ‘낭만적 어른’의 아이콘”이라며 “구창모는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흥분과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대로 전달돼 세대를 막론하고 두 사람에게 인간적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