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 권상우, 천정명, 주원, 고경표, 유승호, 임시완, 강태오, 그리고 아이돌 그룹 ‘2PM’의 옥택연, ‘빅뱅’의 대성까지…. 이들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모두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신병을 훈련하는 조교로 복무했거나 복무 중이다. 여기에 최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31·본명 김석진)’까지 합류했다. 진은 지난 13일 경기 연천군 5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선발됐다.
조교는 훈련병들이 입대하자마자 마주하는 군대의 첫 얼굴이자, 훈련병 인솔과 통제를 맡아야 하는 중책. 각종 기초군사훈련에서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인성적으로도 타 훈련병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런 요직에 연예인 병사들이 대거 발탁되는 이유는 뭘까?
군 단체생활, 아이돌 합숙 생활과 비슷해서?
훈련병들을 교육하는 자리인 만큼 조교 선발 과정에선 지덕체(智德體)를 모두 평가한다. 병무청 ‘훈련소 조교병 모집기준’에 따르면 조교 선발 과정에선 고교 생활기록부는 물론, 고교 출석률도 반영된다. 학력, 각종 무도단증 등도 고려한다. 1.5km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의 체력평가 과정도 있다. 그 후에도 일종의 ‘인·적성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원동기 및 조교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한 심층 검증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조교로 선발된다.
실전에 투입 되기 전 관문은 한 차례 더 있다. 한 달여간의 집체 교육에서 훈련병들이 받는 제식, 사격, 화생방, 각개전투, 수류탄 등의 기초군사훈련 등을 완벽하게 숙지한다. 교범 역시 달달 암기해야 하고 필기 시험도 본다. 훈련소 각 과목 담당교관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 앞에서 훈련병 교육시연을 보이고 통과해야 비로소 조교로 거듭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이란 업(業)에 내재한 쇼맨십이 조교 역할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조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확한 동작과 절차를 남에게 시연하는 것”이라며 “연기나 춤 동작을 정확히 구현하는 본업이 군에서 제식이나 훈련 동작을 보여주는데 특장점이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속사에서 단체로 교육을 받거나, 합숙생활을 통해서 훈련하는 방송·연예 산업의 특성이 군 생활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윤하 대중문화평론가는 “특히 아이돌 그룹 같은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을 경험하며 단체 생활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규율을 지키는 것에 익숙하고, 장기간의 합숙 생활과 연습 과정이 군대에서의 단체 생활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진 역시 모범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 지시를 중대에 전파하고, 중대를 대표해 경례하는 중대장훈련병으로도 근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석진 훈련병이 조교 선발에 지원했으며,제식 및 구령 조정 평가, 구술면접 등을 거쳐 조교로 최종 선발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연예인은 ‘윈-윈(Win-Win)’관계?
중책인 만큼 고충도 크다. 통상 조교들은 평소 훈련병들보다 1시간 정도 일찍 하루를 연다. 일과가 끝난 뒤에도 24시간 대기 상태가 이어질 때도 있다. 다음날 교육 준비는 물론, 돌아가며 서는 당직 근무 때문에 신병 교육 기간 중 조교의 개인 시간은 거의 없는 셈. 수백 명의 훈련병을 관리하는 중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 역시 큰 어려움이다. 신병 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했던 A씨는 “한 기수에 8개 소대, 약 300명에 달하는 훈련병을 약 16명의 조교가 교육하는 상황에서 돌발 행동을 하는 훈련병을 상시 주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고충은 있지만, 연예인들이 조교 보직을 맡는 게 국방부와 연예인 양측에 ‘윈-윈(Win-Win)’ 하는 결과를 낸다는 시각도 있다. 군 입장에선 부대를 자연히 홍보할 수 있고, 연예인 입장에서는 대중에 깊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기회다. 신병 교육 1개 기수 수료 후 조교가 받을 수 있는 3박 4일의 ‘보상 휴가’도 달콤하다. 조교 보직의 경우 18개월 군 복무를 기준으로 통상 6개 기수를 교육하는 만큼 일반 사병보다 평균 18일 정도 추가로 휴가를 얻을 수 있다.
조교는 군대에 들어오는 현역병과 그들의 부모가 마주하는 첫 얼굴. 연예인이라는 친근감과 신뢰감 역시 신병 훈련 과정에서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욱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조교는 타 훈련병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이자 ‘군의 첫 얼굴’”이라며 “연예인 시절부터 단련된 체격과 호감을 주는 대중적 이미지가 낯선 환경에 놓인 훈련병들에게 신뢰감과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