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류 소설가 온다 리쿠(恩田陸)의 소설 “꿀벌과 천둥”은 어느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의 경쟁과 심사 과정,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음악 비즈니스의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소리 세계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글의 세계로 바꾸어 700쪽에 걸쳐 긴박감 있게 끌고 가는 작가의 역량과 뚝심이 놀랍습니다. 때로는 마치 음악회에서 실제 음악을 듣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하니까요. 무엇보다도 피아노 콩쿠르라는 낯선 세계를 경험하면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궁금증을 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러스트=김영석

예컨대 소설에는 콩쿠르 참가자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 피아노 조율을 하는데, 연주자가 관객석의 밀도(密度), 즉 관객 수와 관객이 입은 옷의 재질이나 두께 등을 감안하여 조율사에게 조율 정도를 부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까지 예민한 세계인지, 음악적 재능은 타고나는지 아니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심사의 신뢰도나 정확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함이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님을 뵌 기회에 이에 대하여 물어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영재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렇기에 영재를 조기 발굴하여 좋은 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본 피아노 조율 에피소드도 결코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콩쿠르 심사의 뒷이야기도 흥미 있게 들었습니다.

물론 연주하는 악기의 성능이나 품질이 좋은 연주에 보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관여하는 삼성문화재단에는 세계적 명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을 보유하고 이를 한국의 정상급 연주자나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에게 수년 동안 무상으로 대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그 악기들 가운데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의 경우 현재 감정가액이 수백만 달러에 이릅니다. 악기를 취득할 당시의 가액은 그에 못 미쳤으나 시간이 지나며 가격이 많이 상승한 것이니, 이 또한 좋은 일이라 할 만합니다. 이런 명품 악기들은 대개 1700년대에 제작된 것들로서 매우 희귀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악기들이 골동품처럼 오래되어서 고가(高價)인지 아니면 그만큼 성능이 뛰어난지, 지금은 이 정도 성능의 악기를 만들 수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재단의 담당 실무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악기들은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는 소빙하기(小氷河期)를 막 지난 시점으로 이때 성장한 가문비나무는 밀도가 높은 목재로서 풍부한 음색을 지닌 좋은 악기를 만드는 데 가장 적합했으며, 사용된 도료(塗料)도 독특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저는 번잡한 지금 세상과는 달리 악기 제조에만 전념하는 뛰어난 장인(匠人)이 존재했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이유를 덧붙여보았습니다.

아무튼 클래식 음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세계적 연주자가 배출되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악기 대여 사업은 우리나라의 음악 발전과 국가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하는 일로서 재단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만큼 악기를 대여받을 연주자를 선정하는 작업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물었더니 실무자는 촘촘한 절차에 따라 다각적 자문과 검증을 거쳐 후보자를 선정하고 있음을 자료와 증빙을 갖추어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아직도 남았습니다. 악기를 빌려 사용하다가 반환하는 경우 연주자가 악기와 작별하게 되어 느끼는 서운함이나 계속적 활동에 지장은 없는지 등입니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하기에 대여 중단은 불가피하고 연주자도 새 악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악기와 작별해야 하는 연주자의 사정도 충분히 배려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재단이 챙겨야 할 일로서 궁금증이 아닌 작은 걱정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