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서울 동숭동 대학로는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88학번이라, 대학로가 주말에 차가 다니지 않는 젊음의 거리로 개방됐던 시기에 친구들과 놀러가 드넓은 도로를 활보했던 기억도 나고요.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보도를 바삐 걸어 샘터사로 출근하던 기억도 납니다.

소극장의 추억도 빠지지 않습니다. 샘터 파랑새극장을 비롯해 바탕골 소극장, 학전 소극장, 마로니에 극장 등에서 김광석, 박학기, 장필순 같은 가수들의 공연과 김민기, 오태석, 김광림의 연극을 관람하며 웃고 울었지요. ‘밀다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가장 호사스러운 사치였던 시절. 이젠 모두 젊었던 한때의 낭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대학로에서 아주 오랫만에 즐거운 추억을 쌓았습니다. 링크아트센터 개관을 기념으로 한국 최고의 보컬 이승철이 깜짝 미니 콘서트를 열었는데요. 영하 10도로 꽁꽁 얼어붙은 날이었는데도 객석은 ‘라이브의 황제’를 보러 온 팬들의 열기로 후끈했지요.

무수한 히트곡을 보유한 이승철이 1시간여 짧은 콘서트에서 어떤 곡을 선택해 부를지도 청중의 관심사였습니다. ‘마이 러브’로 시작한 공연이 ‘마지막 콘서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희야’ ‘네버엔딩 스토리’로 이어지자 “꺄악~ 꺅” 환호하는 소리로 객석이 들썩이더군요. 마침내 청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해요 이승철, 우윳빛깔 이승철!”을 연호하는데, 20대로 돌아간 줄 착각한 이 아줌마도 벌떡 일어나 “우윳빛깔 이승철”을 목청껏 외쳤답니다.

가수 이승철은 반가운 소식도 전했습니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요즘 제가 소극장 공연에 꽂혔어요. 큰 공연은 데뷔 40주년에 해도 되니까 그 전에 작은 극장에서 여러분들 자주 만나겠습니다.” 김건모의 메가히트곡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가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리메이크한 곡이라는 것도 저는 이날 처음 알았네요. 역시 연말연시를 풍요롭게 해주는 건 공연, 영화, 전시 같은 문화의 향연!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엔 가톨릭 신자는 물론 건축학도들의 순례지로 이름난 남양성모성지를 설계한 마리오 보타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성지(聖地)에서만 일하고 싶다”는 세계적 거장의 건축 철학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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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노래처럼 성탄 밤,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