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봉화 아연 광산에서 지하 갱도가 무너져 고립됐던 광부 두 명이 221시간 만에 구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적과 같은 생환에 마음이 훈훈해졌지요.

하지만 불과 두달 전 태백 장성광업소에서는 한 광부가 죽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한석탄공사가 설립된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탄광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만 4569명. 매년 광산에서만 사고로 63명이 사망한 셈이지요.

지상에서 지하까지 1075m, 매 순간 광부들이 일하는 막장은 늘 위험이 도사립니다. 그래서 바깥에 무사히 나오기 전까진 아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대화를 나누던 동료가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석탄을 주 연료로 쓰던 한 때는 전국에 탄광이 363개까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 네 군데만 남았습니다. 이 중 세 군데 모두 2025년 말까지는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이 시대의 마지막 광부들인 셈이지요. 여전히 목숨을 걸고 입갱(入坑)하는 광부들,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광부들의 사물함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장성광업소 곳곳에는 안전과 관련한 문구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갱내 작업장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지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진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오전 8시쯤 광부들이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갱구(坑口)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하와 지상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승강기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인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석탄은 철암역두 선탄시설로 옮겨집니다. 탄광에서 채굴된 원탄을 선별하고 가공하는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건립돼 현재도 가동 중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철암역두 선탄장은 근대 산업사의 상징적인 주요 시설로 인정받아 2002년 등록문화재 제21호로 선정됐습니다.

<아무튼주말>마지막 광부들의 삶-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

석탄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근처 산 중턱엔 석탄이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여성들은 ‘지상의 막장’에서 여성 광부인 선탄부(選炭婦)로 활동합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탄’은 채굴된 석탄을 정탄과 폐석으로 분리하는 일로, 잡석과 갱목 등 온갖 이물질들을 선별하는 작업입니다. 굉음이 흘러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돌을 분리합니다.

지난 11일 오전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여성 광부들이 채굴된 석탄들을 선별하고 있다. /구아모기자

고된 노동에 여성 광부들의 손은 마디마디 휘어 있었습니다. 석탄 가루가 살 틈에 박혀 생겨난 작은 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탄가루가 날리던 태백 지역엔 물닭갈비가 특산물입니다. 양념 닭갈비에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끓여먹는 음식인데요, 칼칼해진 목을 달래기 위해서 발전한 음식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장성광업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1984년에 준공된 광부들의 사택이 있습니다. 단지엔 을씨년스러움이 감돌았습니다.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시래기를 말려놓은 모습이 정감 있네요.


오후 4시쯤이면 1교대 광부들이 작업을 마치고 막장으로부터 갱구 밖으로 걸어나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작업을 마치면 탄가루를 씻어냅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탄가루에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곧 사라질 일터이지만 오늘도 무사히 동료와 함께 하늘을 다시 본 광부들의 얼굴엔 저절로 웃음이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