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핵심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가운데)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팀 동료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에릭센은 지난해 열린 유로 2020에서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지만,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9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해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다. /AP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벤제마, 레반도프스키, 베일, 네이마르, 수아레스, 판데이크, 아자르, 손흥민 등 1985~1992년에 출생해 한 시대를 풍미한 수퍼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사상 첫 11월 월드컵이라 어떤 대회보다 갖가지 이변이 속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아무튼, 주말>이 한준희 KBS 월드컵 축구해설위원, 임형철 SPOTV 해설위원 등 축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카타르 월드컵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추려봤다.

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스타들을 사진으로 만나고 싶다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된다.

◇유로 4강 이어 월드컵 4강 노리는 덴마크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로 덴마크를 지목한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의 축구를 구사한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 최근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정도로 실력과 기세가 높다. FIFA 랭킹도 세계 10위.

지난해 열린 유로 2020에서도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올라섰다. 당시 조별예선에서 팀의 주장이자 손흥민의 옛 토트넘 동료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지만, 덴마크는 팀으로 뭉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에릭센은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9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기적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는 D조에서 프랑스와 또 맞붙는다. 프랑스는 지난 1998년 월드컵부터 시작된 ‘우승컵의 저주(전 대회 우승팀은 이번 대회에서 조기에 탈락한다는 징크스)’에 떨고 있다. 1998년 자국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프랑스는 2002 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해 ‘우승컵 저주’의 원조가 됐다. 이번에도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한 악재가 겹쳐 “우승컵의 저주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승컵의 저주를 피한 팀은 2002 월드컵을 우승하고 2006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브라질이 유일하다.

만약 덴마크가 프랑스를 꺾고 D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을 피할 수만 있다면, 4강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CBS가 스포츠라인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로 1만회의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에서도 덴마크가 조 1위로 진출해 4강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앙숙’ 미국과 이란, 16강 두고 결전

개최국 카타르가 최근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는 가운데 ‘중동 어드밴티지’로 이변을 노리는 팀이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와 C조에 포함됐다. 3패로 꼴찌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인지 사우디는 칼을 갈고 있다. 지난달 국내 리그를 조기 종료하고 월드컵 한 달 전부터 국가대표팀을 소집해 카타르에서 맹훈련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처럼 조기 소집으로 조직력을 다지며 이변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B조에선 축구 팬들이 ‘오일 더비(Oil Derby)’로 부르는 경기가 열린다. 미국과 이란이 16강 진출을 두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는 것. 국제 무대에서도 앙숙인 두 나라가 16강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기를 벌일 거라는 기대가 크다. 64년 만에 두 번째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웨일스는 공교롭게도 잉글랜드와 ‘영국 내전’을 벌여야 한다.

C조에서는 ‘16강 공무원’ 멕시코와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가 16강 진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멕시코는 1994년 월드컵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해 7회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한 ‘16강 전문가’다.

반면 폴란드는 명성과 달리 2002년, 2006년, 2018년 본선에 진출할 때마다 1승 2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레반도프스키와 김민재의 나폴리 팀 동료 지엘린스키 등이 이번엔 16강의 한을 풀어낼지가 관전 포인트. 멕시코와 폴란드는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맞붙는데, 이 경기의 승자가 16강에 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송윤혜

◇유럽파 앞세워 이변 노리는 일본

E조는 강호 독일과 스페인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일본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CBS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일본은 독일, 스페인과 함께 2승 1패 동률을 기록하고도 골 득실로 16강 진출이 좌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의 축구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독일과 스페인은 쟁쟁한 스타 멤버 속에도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특급 골잡이가 부재한 것이 둘 다 불안한 점이다.

일본은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는 가마다 다이치와 EPL에서 신성으로 떠오른 미토마 가오루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아스날 주전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유럽파가 월드컵 직전 줄줄이 부상을 입은 게 악재다.

G조에선 브라질과 스위스의 강세 속에 특급 공격수를 앞세운 세르비아가 대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스타 군단 포르투갈을 플레이오프로 밀어내고 본선에 직행할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EPL 풀럼에서 활약 중인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는 한 때 ‘2부 리그 전용 공격수’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EPL 12경기에서 9골을 터트리며 ‘세르비아 폭격기’로 불린다. 미트로비치와 함께 공격에 나서는 두산 블라호비치는 작년부터 세리에A에서 특급 활약을 펼쳐 현재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에서 활약 중이다.

F조에선 우승 후보로 꼽히는 벨기에가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이 조심스레 예측된다. 케빈 더브라위너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가 있지만, 세대 교체 실패로 노쇠화 영향이 심각하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올드 멤버를 중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8 월드컵 준우승 이후 세대 교체를 하고 있는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와 아슈라프 하키미, 하킴 지예흐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를 두루 보유한 모로코에 일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월드컵은 5인 교체가 허용되는 첫 월드컵이라 교체 선수를 활용한 감독의 용병술 대결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2018 월드컵부터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된 데 이어 이번 월드컵에선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이 처음 도입된다. 볼에 내장된 센서와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카메라 12대가 공과 선수의 위치 정보를 초당 50~500회 전송하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이를 분석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정확히 판독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