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국무위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말을 사용해서 질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도중 한 말이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이 뒤를 이었다. “처음에 가슴이 턱턱 부딪히는 몇 번의 발언이 있었는데,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저렇게까지 발언을 해야 되나, 생각했다.” 이들이 지목한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의 강선우 의원, 그녀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막말 대잔치를 벌였다. “장관의 구질구질한 말 바꾸기, 지적하기도 지칠 지경이기도 합니다만”, “법적인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고자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장관이) 나 혼자 좀 살아보고자 추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해요”, “공감, 부끄러움, 수치심은 인간이 태어날 때 갖고 태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감정들은 부모로부터 배우고요. 사회적인 인터랙션을 통해 길러지는 겁니다. 장관님이 부끄러움을 모르시는 것 같아서, 그동안 보고 배우지 못한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급기야는 이상민 장관에게 본인의 관등성명을 대라고까지 한다. “(당신은) 어느 부처의 누구십니까?” 이상민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를 보는 강선우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잠시 뒤 그녀의 윽박지름이 다시 시작된다. “모르세요?” “모르세요?” “본인의 직함과 소속 모르십니까?” 이러니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다음과 같이 말할 수밖에. “발언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건 막가자는 거지요?”

일러스트=유현호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정권 재창출을 못 한 데다, 국가채무가 1000조를 돌파하는 등 나라 살림도 건사하지 못했다. 여기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북에 의해 피살된 서해공무원 월북몰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같은 혐의로 조사받을 가능성도 있고, 얼마 전에는 풍산개를 그만 키우겠다고 함으로써 지질함의 정점을 찍었다.

보수가 탄핵으로 궤멸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쉽게 대통령이 됐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한때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그가 실패한 이유는 뭘까? 문통과 그를 둘러싼 586의 무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문통이 어떤 일을 해도 무조건 지지한, 소위 ‘대깨문’이라 불리는 이들의 존재다. 처음에는 이들의 존재가 우군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릴 수 있고, 국정 수행의 동력이라 할 지지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통은 깨달았을 것이다. 그 지지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된다는 것을. 조국 전 장관 임명은 그 대표적인 예. 그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감당 못할 의혹이 쏟아졌지만, 문통은 조국을 내치지 못했다.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이 조국 장관의 임명을 원했기에, 감히 그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문통의 몰락은, 그렇게 시작됐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보수층 일부는 전 정권의 실패가 준 교훈을 잊지 않았다. ‘윤통이 잘못하면 매섭게 비판하자. 그런 지지자가 많아져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야속하게도 민주당은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윤통의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결사반대했고, 곧이어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킴으로써 훗날 대표가 될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윤통이 취임한 뒤 민주당은 좌파들과 손잡고 윤통을 끌어내리겠다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잖은가. 이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세 가지만 보자.

1. 방송의 왜곡 선동: 좌파가 지배하는 언론은 시종일관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그중 MBC의 활약은 단연 발군으로, 유튜브보다 더 편파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9월 MBC가 벌인 작태는 ‘그래도 MBC가 우리나라 잘되라고 저러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순진한 것이었음을 입증해 줬다. 국익이 우선시되는 외교 무대에서 대통령이 한 사적인 발언을 왜곡 보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백악관에 ‘고자질’까지 하는 자들을 어찌 대한민국 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까? MBC가 이에 대한 사과조차 거부하자 대통령실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 때 MBC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게 하는 조처를 한다. 평소 같으면 ‘속좁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했지만, 나를 비롯한 보수는 박수를 쳤다.

2.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집요한 공격: 법무장관 청문회 때부터 민주당은 ‘한동훈 죽이기’에 몰입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인지, 차기 대권의 유력 후보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한 장관에게 제기한 공격들은 어마어마했다. 리플리증후군이 아닌가 의심될 만큼 황당한 사람의 말을 듣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의 예에서 보듯 공격수들의 수준이 워낙 처참해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이는 보수층으로 하여금 한 장관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국회에 출석한 한 장관이 ‘마약수사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났다’고 주장한 황운하더러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말을 했을 때, 이에 환호하는 이가 훨씬 많았던 건 이 때문이다.

3. 이태원 참사 이용하기: 158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민주당과 좌파들의 공격은 도를 넘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해 참사가 일어났다고 우기더니, 그게 안 먹히자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급기야 유족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사망자 명단을 공개하는 걸 보면, 이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행안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런 선동에 질려서, 또 위에 소개한 강선우의 막말에 경악해서, 이상민 장관을 지키겠다고 마음먹는다. 내전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러다가 무지성 지지로 쓴맛을 본 전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좌파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해본다. 적당히 좀 해라. 내가 뽑은 대통령, 내가 비판 좀 하겠다는데, 왜 훼방을 놓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