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창문이 없는 공간을 두려워합니다. 스웨덴의 원자력 폐기물 시설은 수천미터 땅속 아래에 있어서 동굴을 따라 내려가면서 견학해야 했는데, 마침 폐소공포증이 발동해 ‘엘리베이터’란 뜻의 스웨덴어 ‘Hiss’가 보이기 전까지 식은땀을 줄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9일 동안 봉화의 무너진 갱도에 갇혀서도 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커피믹스와 지하수로 버텼다는 두 분의 광부에게 경이로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교도소도 갇힌 공간입니다. 지난주 출간된 ‘라이프 인사이드’는 감옥에서 이뤄진 철학 수업을 다룬 책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국의 젊은 철학자 앤디 웨스트가 2016년부터 교도소 재소자들과 함께 철학을 공부하면서 주고받은 문답을 기록한 것입니다. 갇혀있는 이들과 ‘자유란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희망은 우리의 고통을 덜어주는가 더해주는가’ ‘이 세상은 운(運)으로 결정되는 세상에 가까운가 실력으로 결정되는 세상에 가까운가’ 하는 화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지요. 철학서라고 하면 대개 어렵고 지루하게 여겨지는데, 아버지·형·삼촌이 마약과 폭력, 절도 등으로 줄줄이 감옥 생활 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인간 탐구를 시도해 한편의 소설처럼 읽힙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교도소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2005년 성탄절 즈음이었지요. 청주여자교도소에 재소자 엄마들과 함께 6명의 아기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했습니다. 지금도 “철컹!” 하고 닫히던 교도소의 육중한 철문 소리가 생생한데요, 두려움과 달리 그 안에도 삶과 대화와 웃음소리가 있더군요. 엄마 셋, 아기 셋이 함께 지내는 방에도 들어가보았지요. 위쪽 벽에 달린 작은 창문 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아기들은 18개월까지만 엄마와 살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아픈데, 그윽한 눈길로 아기를 바라보던 재소자가 무심코 던진 ‘질문’ 때문에 참았던 눈물이 그예 터져버렸지요. 아래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시면 17년 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바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11월12일자 아무튼 줌마 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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