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에서 조폭 두목 장동수(마동석)가 형사 정태석(김무열)에게 조니 워커 블루를 따라주고 있다. / 키위미디어그룹

경찰과 조폭이 한 상에 앉아 회식을 한다. 서로 상극일 두 무리가 왜? 식탁마다 깔린 조니 워커 블루를 다들 거나하게 마시려는데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들이 찾고 있었던 ‘악마’가 또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이다. 경찰 조폭 할 것 없이 술잔을 내려놓고 다 같이 뛰어나간다. 아이고, 술이 아깝다. 어처구니없는 자리에 비싼 술을 올린 것도 못마땅한데 따놓기만 하고 일어서다니.

경찰과 조폭의 공존. 이 믿을 수 없는 일이 ‘악인전’(2018)에서 벌어진다. 어처구니 없지만 자초지종을 찬찬히 보면 이해는 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악마’ 강경호(강성규)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찔러 죽이고 다닌다. 차로 뒤에서 일부러 추돌하고는 영문 모르고 당황하는 앞차 운전자를 살해하는 식이다. 놀이처럼 살인을 즐기고 다니던 어느 비 오는 날, 강경호는 상대를 잘못 고른다. 들이받은 앞차의 운전자가 경기 이남 최고 조직폭력배인 제우스파 두목 장동수(마동석)인 것이다.

체력과 맷집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장동수는 ‘칼밥’에 아무런 원한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같은 조폭의 소행으로 보지 않고, 떨어진 ‘가오’를 만회할 기회를 찾는다. 그런 가운데 처음부터 사건을 동일범의 연쇄살인으로 읽은 천안경찰서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장동수에게 접근한다. 관할 구역 조폭인 장동수를 잡아 넣을 기회만 노리는 정태석이건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목격자인 그에게 휴전을 제안한다. 조폭의 인력과 경찰의 노하우를 활용해 범인을 함께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렇게 경찰조폭합동수사본부(?)가 발족되니, 두 무리는 함께 탐문을 벌이다가 짬을 내 회식 자리를 마련하고 한 병에 30만원이 넘는 조니 워커 블루를 식탁에 올린다.

1805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존 워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농장을 판 돈으로 스코틀랜드의 킬마노크에 수퍼마켓을 연다. 1832년의 소비세법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자 주류 밀수가 종식되었고, 존 워커는 갖은 독주류를 팔다가 곧 품목을 위스키로 통일시킨다. 그리고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각종 위스키를 섞은 맞춤 블렌딩 위스키를 팔기 시작했다. 바로 조니 워커의 시작이다.

1857년 존 워커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알렉과 손자인 알렉산더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조니 워커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발족시킨다. 1860년의 독주법으로 몰트(맥아)와 그레인(기타 곡식) 위스키의 블렌딩이 가능해지자 단맛이 두드러지는 한편 부드러워 붙임성이 좋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내놓는다. 구르지 않아 파손도 덜 되는 조니워커 특유의 사각기둥 병이 탄생한 것도 이때다. 1909년에는 만화가 톰 브라운이 그린 ‘걷는 남자’의 마스코트가 전면에 등장했다.

조니 워커의 위스키에는 원래 이름이 따로 붙어 있었다. 하지만 병에 붙은 딱지의 색깔로 칭해지기 시작해 오늘날처럼 ‘레드’ ’블루’ 등으로 자리를 잡았다. ‘엔트리’급은 조니워커 ‘레드’로 1945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카치 위스키다. 200ml에 편의점에서 1만1000~1만2000원 수준. 그 윗단계는 ‘블랙’으로 12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 40여 종 이상을 블렌딩한 조니 워커의 대표 위스키다. 200ml에 1만8000~1만9000원 수준이다. 한편 ‘그린’은 탈리스커나 크래건모어 등 15년 이상 숙성된 몰트 위스키만을 블렌딩한 제품으로 2012년 단종되었다가 2016년 재출시되었다. 750ml에 8만원선. ‘골드(750ml·8만원 중반)’를 거쳐 조폭과 경찰의 회식에 등장한 ‘블루’는 최고급으로 15~60년 범위에서 수십종의 원액을 블렌딩해 만드는 제품이다.

사상 초유의 경찰조폭합동수사본부는 강경호의 검거에 성공하지만 정황 증거밖에 없어 정의구현에 애를 먹는다. 고민 끝에 정태석은 강경호 검거 후 도피 중인 장동수를 찾아가 증인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한다. 법정에 서는 순간 자신의 죄로 검거될 것을 안 장동수는 대신 강경호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시켜 달라는 거래를 한다. 그리고 둘이 함께 갇힌 교도소에서 장동수는 강경호를 사적으로 응징해 반쪽짜리 승리를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