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목사의 아내는 울도 담도 없는 집 뜨락에 꽃 심고 채소 길러 어린 자식들 반찬 만들어 먹이는 보람으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시골 교회 뒤꼍 작은 마당이었지만 여름엔 백합과 접시꽃이, 가을엔 백일홍과 달리아가 피어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고추며 호박을 수확하는 것이 커다란 행복이었지요. 가끔 뱀이 나타나 셰퍼드의 코를 물어뜯는 통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그 시절 꽃밭에 아이들 세워놓고 찍은 흑백사진을 틈만 나면 쓰다듬는 팔순의 여인은 “배고프고 고단한 시절이었지만 그때가 참 순수하고 재미있었다”며 웃습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기사를 읽으며, 런던의 왕실정원 큐가든도, 베르사유 궁전의 대정원도 아닌 충청도 깡촌의 꽃밭이 떠오른 건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서일까요. 자연에 둘러싸여 자라 그런가 세계 내로라하는 정원을 봐도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건, 그곳이 너무 화려하고 인위적으로 장식된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우돌프도 틀에 박힌 왕실 정원이 싫어 야생의 거친 아름다움을 살린 정원을 설계한다고 해서 반가웠지요.
그러고 보니 한국 최고의 조경가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 정원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용인 호암미술관을 비롯해 선유도 공원, 광화문 광장, 예술의전당, 그리고 극찬과 혹평이 엇갈리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까지 내로라하는 조경 작업을 도맡아온 정영선 선생입니다. 인터뷰한 게 꼭 10년 전이었으니 올해 81세인데도 여전히 현역인 그는 얼마 전 울산 태화강공원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참석해 한국 정원 이야기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들려줬다지요.
10년 전 인터뷰를 읽어보니 우리나라의 주먹구구식 건축 행정과 조경에 대한 클라이언트들의 몰이해를 향해 퍼부은 직설에 다시 웃음이 터지더군요. 참 매력적인 할머니라 인터뷰 후 함께 찍은 사진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그가 들려준 여러 이야기 중 솔깃했던 것이 피터 아우돌프와 일치해 신기했습니다. 정원에 심는 것이 꼭 비싼 나무, 화려한 꽃일 이유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조경의 대가들은 어떤 꽃과 나무를 선호할까요. 스마트폰으로 아래 QR코드를 찍고 조선 모바일앱을 통해 들어오시면 정영선의 ‘시크릿 가든’이 펼쳐집니다.
이번주 <아무튼, 주말> 뉴스레터엔 요즘 기승을 부린다는 ‘가족사진 이벤트’에 속아 넘어갔던 ‘웃픈’ 일화를 전해드릴게요.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