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관련 영화는 대체로 공포물이지만 예외가 있으니 바로 ‘이티’다. 시간적 배경이 핼러윈 주간인 데다가 아이들 분장이 영화 속에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맡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페르난도 골짜기에 ‘식빵같이 생긴 머리’의 외계인 이티(E.T.·Extra-Terrestrial) 한 무리가 찾아온다. 식물 채집이 목표인 것으로 보이는데, 호기심 많은 한 이티가 마을 불빛에 이끌려 멀리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 외계인 낌새를 알아챈 미국 정부 요원들이 들이닥치고, 우주선은 황급히 이륙해 떠난다.
본의 아니게 남겨진 이티는 불빛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고, 이를 열 살 소년 엘리엇(헨리 토머스)이 발견하지만 형 마이클(로버트 맥노턴)을 비롯한 가족은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끈질긴 엘리엇은 초콜릿으로 이티를 꾀어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형과 동생 거티(드루 배리모어)에게 인사시킨다. 그제야 믿게 된 삼남매가 이티를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좌충우돌 모험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 엘리엇이 이티를 꾀어내는 데 쓴 초콜릿에는 사연이 있다. 얼핏 보면 코팅한 초콜릿 캔디라 엠앤엠스(M&Ms)라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이를 쓰려 했다. 하지만 사용 신청을 거부당하자 ‘꿩 대신 닭’이라고, 세계 최대 규모의 초콜릿 제조업체 허시의 리세스 피넛 버터 피시스(Reese’s Peanut Butter Pieces)를 대신 쓰게 된다. 그리고 이티가 세계적 인기를 끈 덕분에 리세스도 영화 속 초콜릿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게 됐다.
사실 이티 없이도 리세스는 큰 인기를 누려온 초콜릿이다. 영화에서는 ‘피시스’, 즉 엠앤엠스처럼 겉면을 코팅한 캔디 형태로 등장했지만 초콜릿 사이에 피넛버터가 든 컵 형태가 원래 모습이다. 1923년 처음 출시됐으니 올해로 99년 역사를 자랑한다. 허시의 배송 담당 직원이었던 H.B. 리스(Reese)는 열여섯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초콜릿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한 가지 초콜릿만 제대로 만들어도 평생은 먹고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회사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밤에는 집 지하실에서 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노력 끝에 그는 ‘H.B. 리스 캔디 컴퍼니’를 세워 독립할 수 있었고, 초콜릿에 온갖 부재료를 더하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땅콩 버터를 채운 리세스를 개발한다. 원래 1센트 즉 페니에 살 수 있다고 해서 ‘페니 컵’이라 불렀던 리세스가 갈수록 인기를 누려, 결국 리스는 다른 제품을 단종해 버린다. 그의 목표대로 단 한 가지 초콜릿을 만들어 먹고살 수 있게 된 것이다.
1956년 5월 16일 리스가 세상을 떠난 뒤 회사의 권리는 여섯 아들에게 넘어갔고, 아들들은 1963년 지분 맞교환을 통해 회사를 허시에 합병시킨다. 그리고 합병 6년 만인 1969년 리세스는 허시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으로 등극한다. 땅콩 버터와 초콜릿의 단순한 조합이지만 ‘단짠’의 조화가 기가 막혀 맛을 보면 이해가 간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리세스는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단일 초콜릿 브랜드로 최고 매출을 일궈냈다. 호박색 포장이 특히 핼러윈과 잘 어울려 이 시즌의 초콜릿으로 각인돼 있다. 농심이 수입해서 국내 편의점과 마트에서 살 수 있다.
한편 이티는 어린이용 언어 학습 도구와 전화기 등으로 송신기를 제작해 고향 별에 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런 가운데 엘리엇과 우정을 쌓으며 둘의 의식이 연결되니, 한쪽의 감정이나 고통을 상대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이티가 아파서 쓰러지자 엘리엇도 고통을 겪는데, 이때 위치를 추적한 미국 정부가 엘리엇 집으로 찾아온다. 마지막 순간 의식의 연결을 끊어 엘리엇만 살아나고 이티는 죽지만, 고향 별 친구들이 구하러 돌아온 덕분인지 이티도 기적같이 살아난다. 결국 엘리엇과 이티, 형 마이클과 친구들은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타고 미국 정부의 추격을 따돌리며 이티를 무사히 고향 별로 돌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