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2’ 행사장에서 미국 팝아트 작가 맷 곤덱이 자신의 작품 ‘새장에 갇힌 마음’을 껴안고 있다.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제2의 카우스(Kaws)’로 불리는 미국 팝아티스트 맷 곤덱(40)은 원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는 사람들이 요청하는 그림을 그려줬고,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못 받기도 했다.

그가 가장 많이 그려야 했던 건 ‘미키 마우스’였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가지고 있던 우울감과 분노를 미키 마우스에게 투영해 그렸다. 폭력적이고 파괴되는 미키 마우스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두가 그의 작품을 갖고 싶어했다. 그의 경력은 빠르게 올라갔고, 수많은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그는 파괴되어 갔다. 깨어 있는 동안 모든 일을 해야 했고, 이를 위한 방법은 코카인을 계속 주입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코카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7월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2022′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맷 곤덱은 더 이상은 코카인도 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전거로 우울증도 극복했다고 하는 그의 출품작은 ‘새장에 갇힌 마음’, 이 조각에서 핑크팬더 두 마리는 서로 껴안고 있었다.

-과거보다 작품이 부드러워졌다.

“예전 작품들에 비해 더 정제됐다. 과거보다 사랑 같은 사람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해서 작품을 만든다.”

-마약과 술을 끊은 것과 관련이 있나.

“마약과 술을 하던 당시의 내 모습은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난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는데, 유명해지기 전까지 난 마약과는 관련이 없는 꽤 괜찮은 아이였다. 2016년 홍콩 전시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작품 활동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갔다. 그때부터 마약에 빠졌고, 항상 술을 마셨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그림을 원했고, 난 이 모든 기회를 가져야만 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코에 코카인을 주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정말 나빠져서 코카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혼 생활도 실패하고, 안 좋은 일들이 연속해 일어났다. 결국 나는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끊었고, 그다음엔 술을 끊었다.”

-많은 아티스트가 약과 알코올을 끊으면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손을 댄다.

“내가 맨 정신에 일을 하고 느낀 점은 그렇게 나온 작품이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해 느끼는 창의력과 자신감은 가짜였다.”

-꿈이 화가였나.

“피츠버그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고향이다. 어딜 가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작품을 접한다. 자연히 팝아트와 그라피티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를 동경하며 따라 하게 됐다. 그러나 프리랜서 일은 쉽지 않았다. 난 주로 뮤지션들을 위한 굿즈를 그렸는데, 돈을 못 받을 때도 많았다. 이제는 나를 위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른 살에 내 작품들을 직접 팔 가게를 열었다.”

-해보니 어떻던가.

“첫날 느낀 것이 난 고객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우울증에 걸렸다. 한동안 너무 힘들어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다녔다. 당시 난 내 작품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 제품을 만들었는데, (홍보용으로) 그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얻고 우울증도 극복하게 됐다.”

-처음 주목받은 폭력적인 미키 마우스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을 때다. 어느 날 홈디포(생활용품 마트)에 가서 집을 꾸미는 페인트와 나무를 샀다. 그리고 그 나무에 미키 마우스를 그렸다. 과거엔 고객들이 원하는 미키 마우스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내 안의 무언가를 표출하는 미키 마우스를 그렸다. 사랑을 나누고, 총에 맞고, 머리가 터지고. 이렇게 그리고 나니 색칠을 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그린 그림들을 들고 피츠버그의 한 바(bar)로 가지고 갔다. 그림은 하나에 100달러였는데, 그날 밤 모두 다 팔렸다.”

-‘충성심(loyalty)’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라.

“예술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대부분의 회화는 종교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숭배하지도 않는다. 대신 미키 마우스나 심슨 가족을 보고 자란다. 난 현대의 신(神)은 이 같은 만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가족 중 예술가가 있었나?

“전혀. 내 주변은 대부분 블루칼라(노동자층)였다. 그러나 나는 작품 활동을 할 때 그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직업 윤리 의식이 투철한 분이었다. 내게도 예술 활동은 일이고 노동이다. 난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아무 데도 안 가고 작업만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웹툰 작가들이 팝아트로 데뷔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도 웹툰 작가 기안 84나 가스파드 등이 작품을 냈다.

“어떤 예술이든 경계를 국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