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얘는 왜 뽑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이력서에 경력 사항이 너무 많아 그랬다고 했다. 여기저기 옮긴 과거로 보아 우리 편의점에서도 오래 일할 것 같지 않다나. 그럼 왜 얘는 뽑지 않았냐고 물었다. 내가 가리킨 이력서에는 경력이 단 두 줄뿐인 지원자의 사진이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경력이 너무 없잖아. 일 가르치기 힘들 것 같아.” 헐,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다른 이력서를 들고 따졌다. 필체가 괴발개발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패스’했다나. “그럼 이건?” 필체가 한석봉처럼 반듯한 것이 “편의점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란다. 장난하냐? 이쯤에선 웃어야 한다.

점장에게 새 알바 뽑는 일을 맡겼더니 한 달 넘도록 뭉그적거린다. 분명 지원자는 계속 찾아오고, 창고에 들어가 면접도 보는 것 같은데, 비어있는 근무시간은 여전히 점장이 ‘땜빵’하는 중이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나쁘고…. 추석 전에는 “명절 앞두고 일자리 찾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더니, 추석 지나니 바뀌었다. “명절 직후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경계해야 해.” 대체 어디서 나온 논리일까. 시월 되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가을에 알바를 뽑으면 호빵이 따뜻하게 익지 않을 것 같아.” 말도 아닌 말이라는 뜻이다.

언젠가 편의점 점주 모임에 갔더니 ‘알바 뽑는 기준’이 화제로 올랐다. 사람 심성은 얼굴에 담겨 있는 거라며 “관상은 과학”이라 말하는 점주가 있었고 “그 또한 외모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반론에 가벼운 언쟁이 있었다. 대체로 점주들은 “한눈에 보면 안다”는 쪽이었다, 이력서를 볼 것도 없이, 내게 맞는 사람인지, 그냥 느낌으로 확 다가온다는 뜻이다. 면접을 보기로 한 시간에 제대로 찾아오는지 여부로 기본적 성실성을 확인한다는 점주가 있었고, 면접 보는데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지원자는 무조건 거른다는 점주도 있었다. “자꾸 이것저것 문자로 물어보는 지원자는 나중에 그만둘 때도 문자로 통보하더라” 하는 어느 점주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마다 기준이 있다. 쌓이고 쌓인 경험이 만든 자신만의 채점표가 있다.

비단 편의점에서 알바 뽑는 일뿐일까. 작년 이맘때쯤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선배, 저 결혼해요.” 만우절 아니면 받을 수 없는 문자라고 여겼다. 세상 사람 다 결혼해도 너만은 독신으로 살 것이라 생각했던 후배에게 온 문자였으니까.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친구들끼리도 수군수군, 그것이 화제였다. “대체 어떤 남자가 철옹성 같던 우리 인경이 마음을 흔들었을까.” 신랑이 돈 많은 사람인 것 같다는 속물(?)형 예상부터, 이젠 갈 때도 되었지 하는 체제 순응형 추측을 넘어, 대기실에서 봤더니 신랑이 훤칠하던데 하는 외모 지상주의적 만담까지 가득했다. 피로연에서 신부의 대답이 좀 독특했다. “거래처 직원이었는데, 우연히 이 사람 차를 타게 됐어요.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어요.” 에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반발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운전하는 남자 처음 봤어?” “이 무슨 쌍팔년도 연애담이야?” “솔직히 말해봐, 이유가 뭐야?” 신랑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였고, 나는 결혼하고 운전면허를 딴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대를 꽉 움켜잡았다.

편의점에서 알바 뽑는 것과 평생의 반려자를 고르는 기준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이지만 역시 세상에는 기준이 있다. 자신만의 눈으로 만든 체크리스트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고작 그것 때문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에 반하거나 마음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누군가는 “과연 그것 때문에?”라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징크스로 굳은 무엇 때문에 기어코 멀리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만나야 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없이 ‘느낌으로 확 다가오는’ 순간 같은 것이 우리 인생에는 있다.

“야, 그런데 알바를 정말 안 뽑는 거야, 못 뽑는 거야?” 점장이 망설이다 말한다. “요즘 가게 사정도 안 좋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내가 일해서 인건비라도 좀 줄여볼까 해.” 그러니까, 자신이 빈 근무시간을 채우는 대신 급여를 좀 올려달라는 뜻이렷다. 아, 나는 왜 이런 것을 ‘느낌으로 확’ 알지 못했던 걸까.

그럼 괜한 사람 헛걸음하게 만들지 말고 구인 광고부터 내리라고 하니까 “아니, 그건 또 아니고…”라고 말을 얼버무린다. “정말 이 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채용하려고.” 그러고 보니 원래 그 시간에 일했던 알바가 3년간 일하다 건강 때문에 그만뒀다. 편의점에선 흔치 않은 장기 근무다. 다음 사람도 그렇게 오래 함께할 사람을 찾는 거겠지. 편의점 알바 한 명 채용하는데 뭘 그리 공을 들이는지 모르겠다만 우리 점장 기준에 딱 맞는 사람이 찾아오기를. 언젠가 ‘바로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겪고서야 괜찮은 사람도 많더라는 참견은 잠시 눌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