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우리 집에서는 밥을 해 먹지 않는다”고 하기에 놀랐다. 밥이 필요하면 햇반을 사 먹으면 되니 굳이 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식구가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일주일에 몇 번 안 되고, 밥을 해서 남기고 냉동실에 보관하느니 햇반을 데워 먹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했다.

밥은 쌀을 씻어서 안치고 끓기를 기다렸다가 뜸 들여 완성하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쌀을 씻는 행위 외엔 모두 전기밥솥이 해주긴 하지만, 김치를 사 먹고 냉동 갈비탕을 데워 먹는 시대에도 밥만큼은 쌀을 사다가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여전하다. 돌솥밥을 사 먹고 양은 냄비에 한 밥을 주는 식당을 맛집이라고 찾아다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햇반에는 밥솥 뚜껑을 열며 “야, 밥 잘됐네” 하는 감탄사가 없다.

일러스트=비비테

나도 햇반이 떨어지면 마트에 갔을 때 몇 개씩 사다 쟁여둔다. 밥하기가 영 귀찮거나 남은 밥이 모자랄 때 요긴하게 쓴다. 어떤 때는 윤기가 흐르는 햇반에 감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는 이천쌀밥만 하겠나 싶기도 하다. 어쩌다 햇반을 연달아 먹으니 라면을 두 끼 연속 먹은 것처럼 더부룩했다. 밥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햇반을 처음 출시할 때 그 회사에서는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누가 맨밥을 사 먹겠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햇반은 1990년대 중반 처음 나온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특이한 건 밥을 지은 뒤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게 아니라, 생쌀을 용기에 담아 밥을 짓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밥을 끓여서 짓는 건 아닐 테고 찌는 걸 텐데 플라스틱 용기가 밥 찌는 온도를 어떻게 견디는지 궁금하다.

햇반 포장을 보면 ‘도정 후 하루 만에 갓 지은 밥맛!’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햇반 회사에서는 쌀을 직접 도정해 바로 짓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걸 언제 사 먹더라도 ‘갓 지은 밥맛’이 나올 수 있을까. ‘바나나맛 우유’를 다들 ‘바나나 우유’라고 부르며 마시지만 정작 바나나 과즙은 1%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햇반 인기에 힘입어 밥알이 씹히는 ‘햇반 아이스크림’도 나왔다고 하니 대단한 히트 상품이다.

친구가 맛있는 짬뽕집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 친구는 식당 근처 편의점에 들러 햇반을 샀다. 짬뽕집에 짬뽕밥도 없고 공깃밥도 팔지 않는데 그 집 짬뽕은 반드시 밥을 말아먹어야 한다고 했다. 과연 손님 상당수가 햇반을 편의점에서 데워 들고 왔다.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햇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