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휴가 때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라는 것을 이용했다. 호텔비가 너무 비싸기도 했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하면 거실과 부엌, 욕실까지 사실상 집 한 채를 쓸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파트 한 채를 내놓은 사람도 있고 마당에 있는 헛간을 숙소로 개조했거나 캠핑카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택한 집주인은 손님을 여러 번 치르고 평점도 좋아 ‘수퍼 호스트’라는 이름을 얻은 사람이어서 믿음이 갔다.
2층짜리 단독 주택의 반지하 전체가 우리가 빌린 공간이었다. 창문이 작아 빛이 덜 들어오고 낮엔 시원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좀 쌀쌀한 것만 빼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출입구가 집 측면 구석에 있고 세탁실을 거쳐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집 주인이 보내준 링크를 따라 다운받은 앱으로 출입문을 열 수 있어서 딱히 집주인과 만날 일도 없었다. 예약부터 대금 지불, 체크인과 체크아웃까지 모든 게 스마트폰으로 이뤄졌다. 새로 개발된 주택 단지에 집이 있어 동네 전체가 깨끗했고 집들도 대개 신축이었다. 적당한 가격에 숙소를 잘 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도 객실처럼 기본적인 살림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적어도 하루 한 끼는 집에서 해결했다. 그런데 남의 집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게 불편하긴 했다. 싱크대 구조도 다르고 냄비나 그릇의 크기도 달라지니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다. 칼이 잘 안 들고 몇몇 조리도구가 없었지만 그런 이유로 집주인을 부르기도 좀 애매했다. 콘도 같았으면 바로 얘기했겠지만 말이다. 심지어 수세미나 부엌 수건도 평소 쓰던 것과 다른 게 영 어색하고 산만했다.
목조 주택이어서 위층의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는데, 밤에 조심스레 걷는 발소리가 마치 지하로 살금살금 내려오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우리도 밤에 외출하려고 계단을 올라가면 삐걱삐걱하는 마찰음이 온 집안을 울리는 것 같았다. 집주인네와 빨래하는 날이 겹쳐 세탁기 비워주길 기다리다가 자정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고작 일주일이지만 남의 집에 얹혀사는 셋방살이를 해보니 내 집에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또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면 아마도 독채를 구할 것 같다.
예약할 때 청소비까지 다 지불했지만 간단히 청소하고 쓰레기도 싹 정리한 뒤 체크아웃했다. 집주인에게는 “우리 갑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문자를 보냈다. 며칠 뒤 집주인이 에어비앤비에 짧은 글을 올렸다. “좋은 손님들이었습니다. 또 오세요.” 집주인을 잘 만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