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선 ‘눈물 흘리며 환자 구한 고교 야구 선수’가 화제를 모았다. 서울 성남고 2학년 야구부 선수 공도혁(18)군이 그 주인공. 공군은 지난달 26일 아파트 단지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진 50대 남성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목숨을 살렸다.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30분 동안 쉬지 않고 흉부 압박을 했는데 자칫 쓰러진 남성을 살리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에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고 한다. 공군에게는 ‘어른들도 못 한 걸 해냈다’ ‘오늘부터 네 팬 할게’ 등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직업체험장 키자니아에서 어린이들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최근 심폐소생술을 전문가 수준으로 익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 의사나 구급대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 신속한 응급 처치로 심정지 환자를 살려내는 이른바 ‘심폐소생술 의인’이 늘고 있다. 지난 1월엔 가수 임영웅이 서울 반포대교 인근 올림픽대로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운전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눈길을 끌었다.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는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생존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데 심정지의 70%가량은 의료기관이 아닌 곳, 즉 의료진이 없는 장소에서 발생한다. 사고 직후 병원 응급실로 가기 전 주변에 있던 누군가가 응급 처치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갑자기 심장이 멈춰 쓰러진 환자에게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최고 3.3배, 뇌 기능 회복률이 최고 6.2배 올라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비율은 2008년 1.9%에서 2020년 26.4%로 크게 늘었다.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도 2006년 2.3%에서 지난 2020년 7.5%로 3배 이상 늘었다.

의료계에선 최근 전국적으로 지진·화재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늘면서 학교 응급조치 교육이 강화됐고, 지난 2008년 7월부터 일반인의 응급조치 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선한 사마리안 법’이 발효되면서 심폐소생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선 학교에 응급구조사를 초청해 학생과 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심폐소생술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20년 11월부터 유치원 지도교사도 의무적으로 심폐소생술 지도 교육을 받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미취학 아동들도 응급처치 요령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인천 지역 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4~5년 사이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조치 방법을 아이들에게 지도해달라는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응급처치 교육을 받으면 어른이 돼서 정확하게 실전에서 활용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생존 수영이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생긴 것처럼 각종 재난, 안전사고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이 높아진 것도 응급처치에 대한 국민들 관심을 높이고 있는 요인이다. 한 응급구조사는 “예비군 훈련에서 다른 교육에는 큰 열의를 보이지 않던 예비군들이 심폐소생술 수업에서 ‘당신 아들, 딸, 아내가 심정지할 경우 살려낼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눈에 불을 켜고 열성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IT 기술을 활용해 심폐소생술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응급처치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에서는 마네킹(더미)에 흉부 압박을 할 때마다 마네킹과 연결된 TV 화면에 환자의 심장 상태가 나아지는 모습이 표시돼 게임을 하듯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습할 수 있는 상품도 최근 출시됐다.

안승종 한국심폐소생술교육원 대표는 “심폐소생술을 통한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크게 좋아졌지만 여전히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관건은 학교에서 배운 응급처치 요령을 실전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쓸 수 있도록 반복 교육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공도혁군 사례의 경우 주변의 다른 성인 남성들이 머뭇거린 반면, 공군만이 쓰러진 남성이 호흡을 못 하고 있는 걸 감지, 119 신고를 요청하고 흉부 압박을 하는 등 매뉴얼대로 정확히 움직였다”며 “심폐소생술은 단기간에 몰아서 배우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학교에서 매년 꾸준히 실습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