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젊은 여직원에게 밥 짓고 빨래하도록 시켰다는 기사를 읽으며 내가 그 부엌에서 손에 물 묻힌 것처럼 화가 났다. 회사 상사가 먹을 밥을 짓고 그들이 쓴 수건을 빠는 광경을 상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회사 상사들은 가마 타고 출근해 요강에 일 보는 모양이다.
처음 출근한 20대 직원을 부엌에 들여보내 밥물이 많네 적네, 냉장고에 음식이 쌓이네 하고 괴롭혔다. 여자 상사들은 “나 때는 찌개도 끓였다”고 했다. 그들은 초년 때 상사로부터 “나 때는 된장도 담갔다”는 말을, 그 상사는 “나 때는 콩밭으로 출근했다”는 말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할 것이다. 출근해서 밥하고 빨래만 하면 되니 세상 얼마나 좋아졌어?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남자들에게 수건 빨아오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는 대목이다. 우선 질병관리청은 이 회사를 폐쇄하고 직원 전원과 그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 PCR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대관절 회사 화장실에서 왜 수건을 돌려 쓰는 것이며, 그걸 남자든 여자든 왜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세탁하느냐는 말이다. 요즘 제2금융권 예금 이율이 높다는데, 이런 전근대적 인물들에게 월급 주는 곳이라면 연리 20%라 해도 맡기고 싶지 않다.
살림이 즐거워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어느 누군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가족이 조금씩,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의외로 즐거움도 생기고 재미와 보람도 있다. TV 광고에서 웃으며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한다고 해서 그 일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 천치다.
살림이 즐거워지는 중요한 이유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남의 집 부엌이나 화장실에서는 어떤 즐거운 일도 생기지 않는다(어떤 며느리도 즐거워서 시집 살림을 하는 경우는 없다). 나는 부엌일 하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지만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설거지나 빨래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여직원에게 밥과 빨래를 시킨 남자들은 언젠가 죗값을 받게 돼 있다. 밥과 빨래 할 줄도 모르는 데다, 모든 끼니를 사 먹고 모든 빨래를 세탁소에 맡길 만한 능력도 없는 처지가 된다. 더 이상 누구의 상사도 아니며 그냥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삼식이가 되는 것이다.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밥 좀 차려 먹어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되는데 그걸 못하냐 하는 타박을 지겹도록 들을 것이다. 살림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