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해진(36)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만명이 넘는다. 그의 식비 절약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다. 김씨는 자신의 인스타 계정 ‘엄마의 주방’에 ‘5인 가족 한 달 식비 40만원’으로 한정한 매끼 식단을 공개한다. 최근 올린 ‘4만5900원으로 차린 평일 5일 밥상’ 게시물은 5000번이 넘는 ‘좋아요’와 함께 “이게 가능한가요?” “생필품이나 외식도 포함된 건가요?” 등 댓글이 300여 건 달렸다. “2018년 시작했는데, 올해 1월 이후 팔로어가 3000명에서 8만명으로 늘었어요. 아껴 쓰기가 대세라 그런가 봅니다.”

‘무(無)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다.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하루를 버티는 등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인다. 생필품 외에는 사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날을 늘려나간다. SNS에 가계부 사진으로 무지출을 ‘인증’하거나 절약 노하우를 공유한다. 유튜브에는 무지출 브이로그 콘텐츠가 속속 올라오고, 절약·저축 온라인 커뮤니티 ‘반성 게시판’에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무지출로 잘 버티다가 금요일 저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치킨을 주문하며 무너져 내렸다”는 참회와 반성의 글이 넘쳐난다.

인스타그램 무지출 관련 게시물들./@mamas_kitchen2014·@jjing_cash·@haru.kim93·@yulmu_hh 그래픽=송윤혜 기자

무섭도록 치솟는 물가 탓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랐다. 1998년 11월 외환 위기 당시(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무지출 챌린지 열풍은 2030 젊은 층에서 특히 거세다. 피부로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가장 큰 세대여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체감경제고통지수’ 분석에서, 15~29세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지수는 27.2로 다른 연령대(11.5~18.8)보다 월등히 높았다. 체감경제고통지수란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해 계산한다.

자신의 인스타에 매일 지출액을 기록하는 직장인 A(29)씨는 “주식 투자가 작년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고, 물가는 올라가는데 월급은 그대로니까 이걸 상쇄하려면 지출을 줄여야 해서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스타 계정 ‘찡이 가계부’에 매일 지출 내역을 올리는 회사원 B(30)씨는 “‘이런 식으로 몇 푼 모은다고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듣지만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인친(인스타 친구)들 게시물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식비 줄이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 배달은 끊고, 외식은 최소화한다. 직장인은 점심 시간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온다. 하루 세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다이어트 하는 셈 치고 아예 저녁을 건너 뛰는 이들도 있다. 커피는 물로 대신하거나 회사 탕비실을 이용한다. ‘캡슐계’를 짜기도 한다. 집에서 커피 머신을 가져다 사무실에 설치하고, 커피 캡슐을 공동 구매해 뽑아 마신다.

주말에는 집에서 ‘냉장고 파먹기(냉파)’로 버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걸 말한다. 장보기는 금지. 냉장고를 뒤져 나오는 자투리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끼니를 해결한다. 냉장고를 텅 비우는 게 최종 목표다. 회사원 D씨는 부모님 집으로 간다. “‘효도’도 하고 지출도 0이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돈을 벌어서 아끼는’ 적극적 무지출 챌린지도 있다. ‘온라인 폐지 줍기’가 대표적이다. 기업 프로모션 사이트에 접속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입력하면 편의점 이용권을 받거나 온라인 결제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하거나 출석 체크, 리뷰 작성을 통해 포인트나 쿠폰을 받기도 한다. 걸음 수만큼 포인트를 주는 앱도 있다. 쓰지 않는 기프티콘과 물건은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앱을 통해 판다. 어르신들의 푼돈 벌이로 여겨지던 공병 수집에 나선 이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공병을 팔아 간식이나 쓰레기 봉지를 산다”고 했다.

버스·지하철 등 교통비를 줄이려는 무지출 도전자들은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장점만큼 “시간 소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자가용 이용자는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를 찾는다. 5~10% 할인된 가격에 주유할 수 있다.

몰지각한 무지출로 눈총도 받는다. ‘탕비실 간식으로 끼니 때우기’ ‘상사에게 커피 사달라고 하기’ 등등. 무지출 챌린지 피해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자기 돈 안 쓰고 얻어먹고 다니는 게 무지출 챌린지가 아니다” 같은 쓴소리를 했다. 절약은 좋지만 ‘민폐 도전’은 안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