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9000원에 머리를 깎아주던 미용실 사장님은 얼마 전 1만1000원으로 무려 22%나 가격을 올렸다. 남성 전용 미용실처럼 머리 감는 공간이 따로 있지 않지만 비교적 싸고 잘 깎아서 늘 가던 곳이다. 미용실 관련 물가도 그만큼 올랐나 싶어서 물어보니 사장님이 말했다. “모든 물가가 다 오르니 예전처럼 받아서는 제가 생활이 안 돼요. 물가 오른 만큼 제 수입이 줄잖아요.” 요컨대 생활비가 예전보다 많이 드니 인건비를 올린 셈이다.

오장동만큼이나 함흥냉면이 맛있는 동네 냉면집은 7000원이던 냉면값을 작년 여름 8000원으로 올리고 지난 봄에 9000원으로 올리더니 최근 들어 1만원을 받고 있다. 물가라는 게 지속적으로 오르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큰 폭으로 뛰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올여름엔 외식을 자주 했다. 더워서 뭘 하기도 싫고 해 먹자고 하기도 미안해서 저녁마다 어디 가서 뭘 먹을까 궁리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봐야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막회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세 식구가 나갔다 들어오면 적어도 7만~8만원, 어떨 땐 10만원가량 써야 했다. 돈 쓸 일은 많고 수입은 뻔하니 아무래도 외식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우리 동네엔 큰 재래시장이 있어 채소나 과일, 육류 같은 신선 식품은 외식 물가처럼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런 식재료들은 평소에도 날씨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했고, 제철 채소나 과일 위주로 장을 보면 값을 지불하려다 깜짝 놀라는 일은 별로 없다.

아침에는 냉동해 둔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믹서에 넣고 우유와 함께 갈아 마시곤 한다. 마트에 가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을 싸게 파는 코너가 있듯이, 시장에 가면 갈변이 진행된 바나나를 싸게 판다. 많이 변색되고 무른 것들은 멀쩡한 부분만 숭덩숭덩 썰어 한 바구니 2000~3000원에 팔기도 한다. 어차피 사오자마자 껍질 벗긴 뒤 잘라서 냉동할 테니 그런 바나나를 사다가 먹곤 했다.

육포를 반듯이 잘라 상품으로 만들고 남은 자투리만 모아 싸게 파는 상품이 나왔다고 한다. 육포를 만들 때 작고 못난 자투리가 15~20%나 버려지는데 그걸 상품으로 만들었다. 일반 상품보다 10%가량 싸다는데 버려지던 걸 파는 셈이니 좀 더 깎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투리 바나나로 아침을 먹고 저녁엔 자투리 육포에 소주 한잔해야겠다. 어째 인생이 자투리로 밀려나는 것 같을 땐, 육포를 힘껏 씹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