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는 걸 속옷 벗는 것처럼 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중·고등학교에서는 마스크 벗는 걸 피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늘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으면 외모로 놀림 받을 게 두려워 선뜻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유튜브 인터뷰 영상에 출연한 10대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기 싫어 급식을 아예 먹지 않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마스크를 살짝 들어 밥을 입에 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속속 실내외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언제까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느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여전히 많으니 마스크를 철저히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내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 땐 벗어도 되는 마스크 수칙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여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장기화하면서 그만큼 피로감이 커진 것”이라며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해진 만큼 마스크 착용과 여러 방역 조치의 사회적 효용을 다시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두통·어지럼 등 겪어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산소 결핍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두통과 피로감, 졸림, 메스꺼움, 심장 두근거림 등을 호소한다. 국내외 전문가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할 경우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에 따른 부작용은 KF94 마스크 또는 의료진이 주로 착용하는 N95 마스크처럼 차단 성능이 높을수록 발생 확률이 커진다. 차단 성능이 좋을수록 들이마시는 산소량이 줄고 입에서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마스크 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KF94와 차단 성능이 비슷한 N95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한 의료진의 37%가 두통 등의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N95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분당 산소 소비량은 13.8%,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7%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스크가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하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비롯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상혁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체계적인 연구 결과는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코로나 후유증으로 불리는 여러 증상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해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어·정서·사회성 발달 늦어져”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10대 이하 청소년 및 영유아들이다. 마스크 사용이 장기화하면서 청소년·영유아의 언어 발달이 지연되고 정서·사회성 발달도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 전 부회장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간 방역 조치가 이뤄지면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를 어른들이 짐짓 모른 체한 건 아닌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최소한 10대 이하 청소년과 영유아에 대해서는 마스크 의무화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선 “마스크 탓에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의학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마스크와 코로나의 영향이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원장·교사와 학부모 145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이 “아이들이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보육 교사들은 “자녀의 언어 발달을 걱정하는 학부모 면담 요청이 부쩍 늘었다”거나 “만 2세가 넘었는데 간단한 문장을 만들지 못하거나 6~7세가 됐는데도 ‘시옷’ 발음을 못하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등원이 취소되거나 야외 활동이 줄면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자극이 줄었고, 마스크 착용 탓에 친구나 교사의 표정이나 감정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부 지방 교육청에서는 입을 볼 수 있는 투명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지만, “투명 마스크가 입 모양을 보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각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사회성과 정서 발달, 학습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마스크 착용 탓에 학생들이 표정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한다. 충남의 한 고교 교사는 “마스크 탓에 집중이 잘 안 된다거나 두통, 졸음 증상으로 답답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처럼 교내 환기 시설을 정비하고 에어컨 등에 헤파 필터를 의무 설치해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들을 환경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와의 공존, 이제 받아들여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한 만큼 이제 방역의 여러 사회적 여파를 감안해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 전 부회장은 “코로나가 종식될 수 없으니 이제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방역을 하고 고위험군이 아닌 국민에게는 최대한 일상을 보장해야 불필요한 희생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감염병 전문가는 “다른 나라들이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건 결국 코로나와 공존하는 일상 외에는 마땅한 해답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코로나 위험에 과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국민들의 과도한 코로나 공포감을 해소하는 리더십도 적극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리셴룽 싱가포르 국무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곧 해제할 것이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학교에서는 마스크가 필요해선 안 됩니다. 정부가 따져본 결과 이는 안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표정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학습과 발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얼굴을 보고 상대방이 화가 났는지, 행복한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머릿속 한 곳이 텅 비어 있는 어른이 될 것입니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