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아갑니다. 집이 그 부근에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물관을 찾을 때면 그 규모의 웅장함과 깔끔한 분위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신장된 국력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서울에 이만한 박물관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전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연중 진행되는 각종 전시를 보면서 지식과 정보도 얻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그리하면 잡스러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조금 넉넉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일러스트=김영석

얼마 전 찾은 국립청주박물관은 도심이 아니라 청주시 외곽 그것도 산 중턱 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접근 편의성에서는 영점(?)이었습니다. 개관한 것이 1987년이었다니 당시엔 더욱 외진 곳이었을 터인데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박물관을 건립하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동안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숲과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물 흐르는 듯한 관람 동선 덕인지 쾌적함을 느꼈습니다. 모처럼의 박물관 관람이라면 좋은 환경 속에서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좀 멀리 찾아가는 정도의 수고를 아끼지 않아도 좋을 성싶었습니다.

청주박물관에서는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라는 제목으로 특별전를 개최하고 있었습니다. 호암미술관이 기획한 ‘야금전’을 기반으로 국립청주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 소장품을 보태어 진행하는 특별전입니다. 야금은 불로 금속을 다루는 일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인류는 금속을 발견하고 이를 불로 다루어 생활 도구로 만들고 나아가 제사나 종교 의식의 상징물로도 발전시키며 그 과정에서 예술성까지 추구하였습니다.

8월 말까지 청주박물관의 야금전이 끝나면 국립김해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된다고 합니다. 철(鐵)의 나라 가야의 본향인 김해에서는 어떤 변화된 구성으로 야금전이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국립나주박물관은 아예 고분들이 산재한 지역인 나주시 반남면 시골 들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찾아간 방문객이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넓은 공원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심지어 숙박용 캠핑카까지 비치해 놓았습니다. 2013년에 신설된 젊은 박물관으로 영산강 유역의 고고학적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며 호남 지역 발굴 매장 문화재에 대한 수장고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설이 현대적이고, 수장고 1개는 대형 관람창을 통해 관람객이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그러나 나주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소장품은 독널(옹관·甕棺)이었습니다. 크기가 조금 다른 두 개의 항아리를 연결하여 그 안에 죽은 자의 유해를 넣고 이를 큰 봉분 안에 묻습니다. 큰 봉분 안에 가족들의 독널을 차곡차곡 함께 매장합니다. 죽은 자들의 아파트라고 해도 좋을 성싶었습니다. 죽어서도 가까이 또는 함께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저의 박물관 순례 중 가장 인상적인 박물관은 국립부여박물관입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대향로는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군 땅속 진흙 웅덩이에서 1500년의 잠을 깨고 원형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향로의 맨 위 산꼭대기에는 봉황이 날개를 펴고 서 있고, 맨 아래에는 용이 발톱으로 땅을 단단히 디디고, 입으로는 향로의 본체를 문 형상으로 향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향로 본체에는 산과 계곡, 연꽃, 악기를 연주하는 신선 같은 사람들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과 사람들이 부조되어 있습니다. 그 정교한 세공술에 놀라고 백제인이 꿈꾸었던 이상 세계를 엿보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져서, 그 앞을 떠날 생각을 잊고 한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전국 각지 14개의 국립박물관 중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틈내어 찾아볼 생각입니다. 박물관은 우리들의 정신 문화 발전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