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엔 옷을 싸게 수선해주는 노점이 있다. 가게는 허름해도 사장님 자부심은 대단하다. 부친으로부터 재봉 기술을 배워 30년 가까이 옷 수선을 한다고 했다. 나한테 가져오면 안 되는 게 없어요, 내가 못하면 그건 아무도 못하는 거야, 하고 묻지도 않는데 솜씨 자랑을 하는 모습이 믿음직하다.

바지 기장 줄이는 데 단돈 3000원을 받다가 최근 4000원으로 올린 그는 손도 빠르다. 맡기고 10분이면 깔끔하게 수선해 다림질까지 해준다. 옷 색깔에 맞춰 실을 갈아 끼우고 재봉틀 바늘 끝에 조명을 비추며 페달을 밟는 그의 모습을 보면 참 정직한 노동이란 생각이 든다. 노점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지저분해 보일 때면 어떻게 좀 정리가 안 되나 하다가도 사장님이 일터를 잃게 될까 봐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하루는 어떤 노인이 투덜대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바지를 새로 사서 기장 줄일 곳에 연필로 줄을 그어놨는데 아내가 그 줄에 맞춰 바지를 싹둑 잘랐다고 했다. 두 번 정도 접을 만큼 남겨둬야 하는데 잘라버렸다며 고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장님은 물론 할 수 있지만 단순한 기장 수선이 아니어서 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이거 5000원짜리 바지인데?” 사장님은 “이제 만원짜리 됐네요” 하더니 웃으며 그냥 3000원만 내라고 했다. 노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옷 수선을 모두 어머니가 해 주셨다. 어머니는 대단한 재봉틀 기술의 소유자였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누구나 재봉틀을 쓸 줄 알았지만 어머니는 특별했다. 셔츠 깃이 해지면 옷깃만 뜯어 해진 곳을 누빈 뒤 앞뒤를 바꿔 달아주실 정도였다. 집에는 각각 기능이 다른 재봉틀 두 대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봉틀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어머니가 살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나도 단추 다는 것은 물론 서툴게나마 바느질도 할 줄 안다.

산 지 얼마 안 된 셔츠의 한쪽 겨드랑이가 터졌다. 재봉틀로 드르륵 박으면 그만이다. 수선집에 가져가면 싸게 고쳐줄 것 같다. 그런데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옆집 사장님께 물으니 며칠째 안 나온다고 했다. 겨드랑이 터진 셔츠를 입고 다닐 수도 없고 멀쩡한데 버리기도 아깝다. 가장 단순한 기능을 갖춘 재봉틀 가격은 10만원 안쪽이다. 이참에 재봉틀을 배워볼까. 괜히 몇 번 쓰지도 않을 기계만 들여놓고 썩히는 건 아닐까. 마음만 먹으면 살림에 한도 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