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이 화제를 모았다. 검사 월급을 깎자는 내용으로, 언론은 이를 ‘검사 월급 완전 박탈’이란 의미의 ‘검월완박’이라 불렀다. 최강욱은 “검사의 보수 제도를 다른 행정부 공무원과 일원화해 행정기관 간 형평성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행정부 공무원들이 검사 월급에 대해 직접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혹자는 같은 초선 의원이자 라이벌인 김남국 의원을 의식해서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짤짤이’ 논란으로 우리 전통 놀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청문회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의 딸을 영리법인이라 주장하는 등 이슈 메이커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김남국의 ‘이모 교수’ 한 방을 이기지 못했잖은가? 하지만 김남국이 74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는 기린아라는 점에서, 다른 이유를 찾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그래서 제기되는 게 ‘사적 보복설’이다. 다들 알다시피 최강욱은 2017년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만들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 아들이 그 확인서를 입시에 제출한 바 있으니,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강욱은 업무방해죄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최강욱은 조씨 아들이 실제로 인턴 활동을 했다고 우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허위가 맞는다’였다. 작년 2월 있었던 1심 선고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고, 이는 올해 5월에 열린 2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렇다면 인턴확인서를 부탁한 조국 일가를 비난하는 게 타당해 보이지만, 최강욱은 희한하게도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만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다. ‘정치검찰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를 위해 자신이 가진,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건 볼썽사납다.

21대 총선에서 그가 내세운,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부르게 하자는 공약을 보자. 다른 기관은 다 ‘청장’인데, 검찰만 유독 ‘총장’ 명칭을 사용하면서 장관에 맞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들이 속출했다는 게 그 이유란다. 당시 검찰총장으로 추미애 장관과 대립하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지만, 검찰총장이 검찰청장이 된들 윤 대통령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점에서, 이는 윤 총장에 대한 비뚤어진 시기심의 발로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최강욱은 ‘검사와 법관은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해서 논란을 빚었다. 이것 역시 타깃이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세상에선 이를 ‘윤석열 출마 방지법’이라 불렀다. 지난 4월을 뜨겁게 달궜던 ‘검수완박’ 역시 최강욱이 앞장선 바 있으니, 그가 입법권을 앞세워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사적 보복을 한다는 건 괜한 억측이 아니다.

보복을 위한 입법권 남용은 민주당이 낸 법안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조국 사태가 나자 최강욱 등은 언론이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쓰면 중하게 처벌한다는 ‘언론중재법’을 발의해 문체위까지 통과시킨 바 있고,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정의기억연대가 할머니를 볼모로 후원금을 갈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자 그 당사자인 윤미향은 ‘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법안을 만들었다가 ‘윤미향 셀프 보호법이냐’는 비난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정청래와 고민정은 양산에 내려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질 때 박영선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한 것을 생각하면, 이런 내로남불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가 하면 조응천 의원은 대통령령 같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만든다고 해 논란이 됐다. 국회가 민주당에 장악돼 있다 보니 대통령이 시행령 제정 등을 통해 국정운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민주당은 그런 사태를 미리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조응천은 이 법안이 시행령으로 인한 입법권 침해를 막기 위함이라지만, 이게 그리도 좋은 취지였다면 문재인 정부 때는 왜 가만있었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내에서 드물게 ‘정상’이라 여겨졌던 조응천이지만, 주변 사람들에 의한 흑화를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한번 만들어지면 폐해가 심해도 쉽게 없애기 어렵다. 현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이 대통령 후보 시절 잘못된 법안을 없애는 ‘폐법부’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그런 취지건만,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들에게 조금만 방해가 된다 싶으면 일단 법을 만들고 보니, 작년 12월까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1만4000개에 육박한다. 총선에서 이겼으니 4년간 그 권리를 누리겠다는데 말릴 방법은 없지만, 다음 말은 해야겠다.

첫째, 매사를 그렇게 법으로 해결하겠다면, 최소한 이미 만들어진 법은 존중해야 맞는다. 최강욱을 보자.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이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재판에서도 유죄를 받았다면, 여기에 승복하고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둘째, 자기들이 만드는 법안의 취지를 법 통과 전에도 구현해야 한다. 예컨대 가짜뉴스가 문제라서 언론중재법을 만든다면, 날이면 날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김어준을 퇴출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정말 가짜뉴스를 혐오하는구나’라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련만, 지금 민주당이 그러고 있는가?

<삼국지>의 영웅이자 유비의 장수인 조자룡은 주군의 아들 ‘아두’를 구하기 위해 백만대군이 포진한 적진에 필마단기로 들어간다. 그 싸움에서 조자룡은 아두를 가슴에 품은 채 겹겹이 쌓인 포위망을 뚫었는데, 자신의 창날이 무디어지면 상대의 검과 창을 빼앗아 사용했다고 한다. 이때 나온 말이 “조자룡 헌칼 쓰듯 한다”란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조자룡은 헌칼을 마구 휘둘러 결국 유비의 아들을 구했다. 조자룡 못지않게 헌칼을 휘두르는 더불어민주당은 대체 누구를 구하려는 것일까? 다음은 장담한다. 그 ‘누군가’가 최소한 국민은 아니라는 것.